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29일.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은 전직 금감원 간부들로 북적댔다. 전 금감원장 K씨부터 전 부원장,두 명의 전 부원장보와 20여명의 국ㆍ실장까지 '작은 금감원'을 방불케 한다.

원래 계급정년에 걸린 국ㆍ실장 7~8명이 교수로 일하며 다른 직업을 찾을 때까지 머물던 곳이지만 현 정부 들어 인사에서 내부 출신이 줄줄이 물을 먹으면서 10여명이 한꺼번에 전입해온 데 따른 것이다. 사무실이 모자라 국ㆍ실장 4명이 칸막이를 하고 한 방을 쓴다. 전 금감원장 K씨 등 임원급은 동우회 사무실에 가끔씩 나와 소일한다.

'낙하산'을 잘 타기로 유명한 금감원 출신들이 몇 달째 통의동에 모여 지내고 있는 것은 법적 규제와 바뀐 분위기 탓이다.

공직자윤리법은 금감원 2급 이상 간부에 대해 퇴직 후 2년간 직무와 관련됐던 금융사 취업을 제한한다. 한때 은행 증권 보험 등 권역을 바꿔 취업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지만 김용덕 전 원장 시절 나온 '윤리강령' 이후 확 줄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금감원을 보는 시각이 싸늘해지면서 취업길이 끊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수십년씩 금융일을 한 전문가들을 50대 초중반에 실업자로 만드는 건 잘못된 게 아니냐"고 말했다. 금감원은 취업 규제를 푸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역풍이 워낙 강하다.

전직 간부들이 '쉬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금감원은 외부 스카우트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국ㆍ실장급 인선 과정에서 20여명의 시장 관계자를 영입 대상에 올려놓고 뛰었지만 한 명도 못 건졌다. 연봉이 업계보다 적은 것은 둘째고,해당자들이 직무를 마친 뒤 취업 제한에 걸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