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올 성장률 2.7%→1.6%로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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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좀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춰 심각한 '경기 하강'을 시인했고,국제통화기금(IMF)은 주택경기 침체 지속을 경고했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이 미국의 대표적 주택경기지표인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5월 전년동기 대비 15.8% 급락했다. 미 2위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대규모 부실상각을 발표했으며 유가마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28일 뉴욕 증시는 빈사상태에 빠졌다.
◆백악관ㆍIMF발 경기 침체 경보
이날 다우지수는 239.61포인트(2.11%) 하락한 11,131.08을 기록했다. 주가 폭락을 야기한 장본인은 백악관과 IMF였다. 첫 펀치는 IMF가 날렸다.
IMF는 지난 4월 발표자료를 보완해 내놓은 세계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바닥이 안 보이는 상태"라며 "신용부실이 성장둔화를 더 오래 끌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기의 진앙인 주택시장의 침체가 심화될 것이란 얘기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가뜩이나 움츠러든 투자심리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곧이어 백악관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백악관 예산국은 올해 미 성장 전망치를 연초 예상했던 2.7%에서 1.6%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3.0%에서 2.2%로 낮췄다. 주택시장 침체와 신용경색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여전한 불안 때문에 성장이 위축될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백악관은 또 경기부양책에 따른 세금 환급과 경제성장 둔화로 10월부터 시작되는 2009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4820억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8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3890억달러로 예상했다.
케이스-실러 주택지수는 지난 4월 15.2% 하락에서 5월에는 15.8%로 하락의 골이 더 깊어졌다. 지수가 개발된 2001년 이후 월단위로 최대 낙폭이다. 이로써 17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지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년간 이어진 미국 주택경기 하락세가 아직 진정되지 않았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원인으로 주택경기 침체 지속,고유가,고용 감소,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을 지적했다.
◆메릴린치발 신용위기 공포
메릴린치는 이날 올 3분기 중 57억달러의 부실자산 상각을 단행하는 한편 싱가포르의 테마섹(34억달러) 등으로부터 총 85억달러의 신규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발표,신용위기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최근까지 "추가 자본 조달은 필요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존 테인 최고경영자(CEO)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졌다. 메릴린치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200억 달러가 넘는 상각을 단행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연속적인 분기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까지 반등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47달러(1.2%) 오른 124.73달러에 마감됐다. 나이지리아 무장단체가 로열더치쉘의 송유관을 공격해 석유 생산이 일부 중단됐다는 소식이 유가를 밀어올렸다.
경기 침체에 신용위기,유가 상승이란 '3각 파고'에 시장은 비상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차핀힐 어드바이저의 캐시 보일 사장은 "월가는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고 믿고 싶었다"며 "하지만 이날 쏟아진 악재들은 미국 경제가 아직 위기의 터널 속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