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선우씨 첫 소설 발간 … "천재적 춤꾼 최승희 소설로 부활시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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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죽는 한이 있어도,나는 말야,무대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 여자가 있었다. "단 한 사람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데 몇십 명이 춤추는 것 같았어요"라는 찬사를 받은 여자다. 이에 매혹된 중견시인 김선우씨(38)는 첫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실천문학사)의 주인공으로 그 여자를 택했다. 바로 무용가 최승희다.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등의 시집을 발표해 온 김씨는 장편소설로 행보를 확대한 이유에 대해 "소설을 쓴 것도, 최승희를 다룬 것도 운명"이라고 말했다.
"첫 시집을 낸 후 소설가 조세희씨에게서 소설도 써보라는 말을 들었어요. 언젠가 소설을 쓰게 될거라는 것을 그때 예감했지요. 시로 해소할 수 없는, 유장하고 규모가 큰 이야기에 대한 욕구는 장편소설로 소화할 수밖에 없거든요."
오래 전부터 최승희에게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집필 의뢰를 받고 나서 3년전 본격적으로 최승희를 다룬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다. 소설에 매달린 것은 시나리오를 마무리한 지난해 초부터다.
김씨는 소설에서 최승희를 탁월한 재능을 갖고 만인의 추앙을 받은 천재 무용가로만 보지 않는다. 오만하면서도 연약하고, 당당하지만 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최승희의 내면을 그려내는 데 주력했다. '이사도라 덩컨보다 안나 파블로바보다 이제 내가 더 유명해질 거니까'라고 단언하는 고집스러운 예술가로서, '내가 겪고 있는 일도 날마다 사람이 죽고 병들고 미쳐가는 그런 일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뇌까리며 삶의 질곡을 버텨나가는 최승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최승희는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권력은 아무것도 구할 수 없다고 외칩니다. '춤추는 이 몸이 제 조국'이라며 강한 자의식을 드러내지만 '21세기의 감각으로 20세기를 살았던' 대가는 혹독하게 치러야 했습니다."
소설은 최승희가 월북을 결심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이에 대해 김씨는 "월북 이후 숙청되는 과정을 다루면 영혼이 많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중 인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생애 첫 장편소설을 쓴 소감을 묻자 "어느 날은 걸작을 쓴 것 같다가 어느 날은 졸작으로 보이는 조울증을 겪었다"고 했다. ≪나는 춤이다≫ 발표로 소설가가 된 김씨는 "앞으로 장편소설 3편을 더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등의 시집을 발표해 온 김씨는 장편소설로 행보를 확대한 이유에 대해 "소설을 쓴 것도, 최승희를 다룬 것도 운명"이라고 말했다.
"첫 시집을 낸 후 소설가 조세희씨에게서 소설도 써보라는 말을 들었어요. 언젠가 소설을 쓰게 될거라는 것을 그때 예감했지요. 시로 해소할 수 없는, 유장하고 규모가 큰 이야기에 대한 욕구는 장편소설로 소화할 수밖에 없거든요."
오래 전부터 최승희에게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집필 의뢰를 받고 나서 3년전 본격적으로 최승희를 다룬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다. 소설에 매달린 것은 시나리오를 마무리한 지난해 초부터다.
김씨는 소설에서 최승희를 탁월한 재능을 갖고 만인의 추앙을 받은 천재 무용가로만 보지 않는다. 오만하면서도 연약하고, 당당하지만 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최승희의 내면을 그려내는 데 주력했다. '이사도라 덩컨보다 안나 파블로바보다 이제 내가 더 유명해질 거니까'라고 단언하는 고집스러운 예술가로서, '내가 겪고 있는 일도 날마다 사람이 죽고 병들고 미쳐가는 그런 일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뇌까리며 삶의 질곡을 버텨나가는 최승희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최승희는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권력은 아무것도 구할 수 없다고 외칩니다. '춤추는 이 몸이 제 조국'이라며 강한 자의식을 드러내지만 '21세기의 감각으로 20세기를 살았던' 대가는 혹독하게 치러야 했습니다."
소설은 최승희가 월북을 결심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이에 대해 김씨는 "월북 이후 숙청되는 과정을 다루면 영혼이 많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중 인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생애 첫 장편소설을 쓴 소감을 묻자 "어느 날은 걸작을 쓴 것 같다가 어느 날은 졸작으로 보이는 조울증을 겪었다"고 했다. ≪나는 춤이다≫ 발표로 소설가가 된 김씨는 "앞으로 장편소설 3편을 더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