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이 어제 230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과 관련, 현재 80%선인 채권투자 비중을 오는 2012년까지 50%선으로 낮추고 대신 주식투자 비중을 17.5%에서 40%로,해외자원개발 같은 대체투자 비중을 2.5%에서 10%로 각각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기금운용을 민간에 맡기는 내용을 골자(骨子)로 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통과를 계기로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기금운용을 공격적 형태로 바꾸기로 한 것은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취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현재의 국민연금 구조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40~50년 후 기금이 고갈될 처지에 있는 상황이고 보면 운용수익을 최대한 높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 2006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이 4.93%에 그쳐 미국 캘퍼스(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의 15.7%,캐나다 퇴직연금(CPP)의 15.5%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는 대단히 시급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려가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아무리 민간전문가들에게 맡긴다고는 하지만 주식투자와 대체투자처럼 리스크가 큰 자산에의 투자 비중을 너무 높게 잡은 것은 아닌지 하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 까닭이다. 투자 자산 가격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다행히 크게 올라 준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겠지만 예상과 달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손실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가령 투자 비중의 50%를 차지하는 채권에서 6% 안팎의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경우라 하더라도 주식투자와 대체투자에서 10%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원금 자체가 줄어드는 일도 없으란 법이 없다.

따라서 기금운용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국민연금은 우리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져야 할 최후의 보루(堡壘)인 만큼 안정적으로 지급되지 않으면 안된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실패 사례가 생긴다 하더라도 전체 수익률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의 투자가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는 다시 한번 세심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