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삼성SDI의 2분기 실적과 미래 성장전략을 설명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김순택 사장에게 많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말을 건넸다. 작년 1분기부터 매 분기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던 삼성SDI가 6분기 만에 108억원의 흑자를 낸 데 대한 덕담이었다.

연단에 선 김 사장의 표정에도 웃음이 흘렀다. 지난 2년간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회사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흑자전환을 이룬 감회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열심히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며 "2차 전지,태양전지 등 에너지 사업에 매진해 3분기부터는 더 많은 이익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웃음을 보인 것도 잠시.지난 2년을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정말 피눈물을 흘렸던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그동안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자식같이 키웠던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던 데 대한 아쉬움에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사실 김 사장과 삼성SDI 임직원들에게 지난 2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브라운관 사업이 내리막길로 접어든 데 이어 주력 사업인 PDP패널도 LCD패널에 밀려 제대로 실적을 내지 못했다. 작년 말 국내 브라운관 공장을 모두 정리했지만 적자 규모는 늘어만 갔다. 이런 와중에 시장에선 온갖 설(說)이 난무했다. 'SDI가 부진한 실적 탓에 삼성전자에 흡수된다''대규모 임직원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등등.회사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졌고,일부는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이 때문일까. 이날 김 사장의 얼굴에선 6분기 만에 흑자전환을 이뤘다는 기쁨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처받았을 임직원과 투자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최고경영자(CEO)로서 마음 속 깊이 흘렸을 눈물이 엿보였다.

29일 많은 증권사들은 삼성SDI의 미래 성장전략에 대해 '변화의 방향을 신뢰한다''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는 긍정적인 리포트를 내놨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흑자전환을 이룬 김 사장과 SDI 임직원들이 이룰 미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아닐까.

이태명 산업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