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이동통신사 음악 서비스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MP3 파일을 다른 이동통신사 휴대폰이나 MP3 플레이어로 재생해 들을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통 3사가 MP3 파일을 자사 휴대폰만을 통해 재생하도록 한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장치를 풀어 어느 기기에서나 재생할 수 있도록 한 음악서비스 상품을 잇따라 내놓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음악 서비스 '멜론'을 통해 DRM 기능을 뺀 MP3 다운로드 상품을 30일 내놓는다. KTF '도시락'은 다음 달 1일,LG텔레콤 '뮤직온'은 다음 달 14일부터 저작권 보호 장치를 푼 새 음악 상품을 판매한다.

지금까지 SK텔레콤의 '멜론'에서 내려받은 MP3 파일은 이 회사 휴대폰과 일부 MP3 플레이어에서만 재생할 수 있었다. 다른 DRM을 사용하는 애플의 아이팟이나 삼성전자 옙 같은 MP3 플레이어는 물론 KTF,LG텔레콤 휴대폰에서도 멜론 음악을 재생할 수 없었다.

하지만 30일부터 디지털 저작권 제약이 없는 MP3를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어 한 번 구매한 음원을 다른 기기에서도 재생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SK텔레콤 사용자가 KTF 음악 사이트 '도시락'에서 MP3 파일을 내려받아 자신의 휴대폰으로 파일을 옮겨 재생할 수 있다. 이통사들이 내놓는 새 상품은 월 5000원에 40곡,월 9000원에 150곡을 내려받을 수 있는 정액제다. 한 번 구매하면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고 다른 기기에 옮겨 들을 수도 있다.

이통사들은 그동안 저작권을 보호하는 게 음원 시장을 키우는 것이라고 판단,DRM 없는 MP3 파일을 판매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월 주요 음악저작권자 단체들이 음원 판매 확대를 위해 DRM 제약이 없는 음원도 판매키로 하면서 이통사들이 관련 상품을 내놓키로 한 것.



이통사들이 저작권 제약 없는 음원 판매에 나서면서 음악 서비스 시장의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그간 이통사들은 자사 휴대폰 가입자 위주로 음악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앞으로는 경쟁사 가입자까지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무선 음악 서비스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PC나 MP3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벅스,엠넷,소리바다 등은 멜론,도시락,뮤직온 등 이통사 음악 사이트와 유.무선 경계 없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 유선 음악서비스 업체들도 최근 DRM 제약이 없는 월정액형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KTF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자사 휴대폰 가입자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쳤으나 앞으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중소 음악사이트 관계자는 "음반 기획사를 거느린 대기업이 저작권 제약 없는 음원 시장에 뛰어들면서 먼저 진출해 있던 중소기업들의 입지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훈/박동휘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