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외환은행이 HSBC에 인수될 경우 한국씨티은행이나 SC제일은행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29일 말했다.

웨커 행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HSBC가 외환은행 이름, 상장, 해외영업망 등을 유지키로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한 것은 단시간에 결정된 것이 아니며 HSBC 본사에서 변호사 검토까지 거친 것인 만큼 신뢰도가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HSBC가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한 것은 지난해 9월 외환은행 인수를 발표할 때의 약속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커 행장은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에 인수된 한미은행과 제일은행의 경우 글로벌은행의 한국지사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HSBC는 외환은행 지분의 51.02%만을 인수하길 원하고 있으며 HSBC와 외환은행은 분리된 은행(seperate bank)으로 각자 성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외환은행이 홍콩의 항셍은행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HSBC는 1965년 항셍은행을 인수한 뒤 항셍은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항셍은행 이사회에 한 명만을 보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홍콩 거리를 걷다 보면 한 블록에 HSBC 점포와 항셍은행 점포가 나란히 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외환은행의 해외 점포망도 마찬가지라고 웨커 행장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외환은행 중국 지점과 HSBC 중국 지점이 나란히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웨커 행장은 HSBC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한국 금융산업의 해외 경쟁력 약화 우려에 대해 "해외 점포의 숫자가 글로벌은행을 결정하는 잣대가 될 수 없으면 한국계 은행들끼리의 인수·합병은 국내 금융산업 해외 경쟁력의 순증 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HSBC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되면 HSBC가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뱅킹의 전문성 자본 노하우 등을 활용하여 외환은행의 해외 경쟁력이 배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은행의 성장 전략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글로벌 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성장동력을 더 이상 국내은행 인수에서 찾으려고 하지 말고 해외시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웨커 행장은 론스타의 세금 문제와 대해선 "론스타는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미 조세조약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에서 세율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