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심지어 이런 소… 의도적 오역
한국인 광우병에 취약 논문엔 없어
빈슨 死因은 vCJD 100% 왜곡


검찰이 MBC 'PD수첩'의 지난 4월29일 광우병 관련 보도를 '광우병 위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적이고 총체적인 왜곡 보도'로 29일 결론 냈다. 검찰은 정지민씨 등 PD수첩 제작에 참여한 번역가,세계 각지 전문 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PD수첩팀은 검찰에 출석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136쪽에 이르는 질의서를 공개하며 수사 협조 요구에 일절 불응하고 있는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다우너 소 보도 경위 해명하라

검찰이 지목한 PD수첩의 광우병 왜곡 보도는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 동영상 관련 보도 부분,아레사 빈슨의 사망 관련 보도 부분 등이다.

검찰은 PD수첩이 광우병에 대한 극도의 공포감을 심어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우너 소를 광우병에 걸린 소로 왜곡 보도했다고 판단했다. PD수첩이 내보낸 다우너 소 동영상은 올 1월 미국 휴메인소사이어티가 다우너 소들이 폐기 처분되지 않고 식용으로 유통되는 등 동물 학대 실상을 고발하기 위해 제작한 것.검찰 조사에 따르면 다우너 소 발생 원인은 영양 결핍,대사성 질병,수송 과정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한 강직 등 무려 59가지에 이른다. 당시 PD수첩 진행자는 다우너 소 동영상을 내보낸 후 다우너 소를 지칭해 "아까 광우병 걸린 소"로 단정지었다.

검찰은 또 PD수첩이 젖소(dairy cow)를 '심지어 이런 소'로 번역해 광우병과 연결시키고 '동물학대 혐의가 있는(charged with animal cruelty)'을 왜 '광우병 의심 소를 억지로 일으켜'로 번역했는지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아레사 빈슨의 사망을 왜 인간광우병으로 단정했나

검찰은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을 '인간광우병(vCJD)'으로 자막 처리한 것은 '100% 왜곡'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빈슨의 모친이 "아레사는 MRI(자기공명영상)를 통해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으로 진단받았다"고 언급한 미공개 인터뷰 원본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또 빈슨의 모친이 "우리 딸이 vCJD에 걸렸는지 알아내려고 했어요. 그것은 완전히 다른 분야죠.그것은 일반적인 CJD와 다릅니다"고 언급한 사실도 밝혀 냈다.

검찰은 △빈슨 모친이 '걸렸을지도 모르는(could possibly have)'으로 언급한 것을 '걸렸던'으로 왜곡한 부분 △2008년 4월8일자 미국 현지 방송을 인용 보도하면서 '의사들은 vCJD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doctors suspect)'를 '의사들은 vCJD에 걸렸다'로 오역한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검찰은 또 PD수첩이 한림대학교 김용선 교수의 CJD 관련 논문을 인용하면서 vCJD 관련 논문인 것처럼 둔갑시키는 한편'한국인의 94%가 가지고 있는 MM형 유전자가 광우병에 특히 취약하며 한국인이 영국인보다 3배,미국인보다 2배 정도 취약하다'는 언급이 논문에 전혀 없음에도 이 같은 '작문'을 어떤 경위에서 했는지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MBC 측은 "검찰은 수사를 통해 새롭게 밝혀 낸 것이 없으며 오히려 수사를 의뢰한 농림수산식품부의 대변인이 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PD수첩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은 PD수첩이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설명하고 사과했던 내용들을 새로운 것인 양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해성/박민제/유재혁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