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시장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우리는 예외입니다. 장사를 하겠다는 임차인이 줄을 섰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아파트형 공장에 딸린 상가를 분양하고 있는 이앤씨건설의 김상도 차장은 "아파트형 공장 상가는 불황 무풍지대"라며 이렇게 말했다.

아파트형 공장이 벤처기업 등 중소기업으로부터 주목을 끌면서 이들 건물의 저층에 배치되는 상가 역시 덩달아 인기다. 분양받을 사람이 없어 그 대신 임차인을 구해주는 이른바 '임대 맞춰주기'도 해주지 않을 정도다. 임차인이 정해져도 누구하나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여타 상가시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우림건설이 성남 중원구에 짓는 우림라이온스밸리 상가는 분양 2개월 만인 지난달까지 11개 점포가 모두 팔렸다. 이앤씨건설이 공급한 가산디지털단지 내 드림타워 9차와 10차 아파트형 공장 상가 역시 분양개시 4~5개월 만에 60%가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형 공장 상가가 이처럼 관심을 끄는 것은 입주기업 임직원을 상대로 독점상권이 보장되는 데다 분양가 역시 1층 기준으로 3.3㎡(1평)당 2000만원 안팎으로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택지지구에서 분양되는 웬만한 상가는 3.3㎡당 3000만~4000만원을 호가한다.

수도권에서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하고 있는 A업체 대표는 "일부 기업들은 공장 사무실을 분양받으면서 투자목적으로 상가 점포까지 함께 사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기숙사를 끼고 있느 아파트형 공장의 경우 주말 장사까지 겸할 수 있어 인기가 더욱 좋다"고 귀띔했다.

아파트형 공장 상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분양도 잇따르고 있다. 상가정보업체인 상가114에 따르면 현재 분양 중인 아파트형 공장 상가는 20곳 안팎에 이른다. 분양을 예고한 상가까지 합치면 당분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 안양시 호계동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시공하는 '안양 IT밸리' 상가가 분양 중이다. 평촌과 산본신도시와 가깝고 인근에 LS그룹의 계열사가 입주했다. 상가는 17개 점포(104~891㎡형)로 분양가는 3.3㎡(1평)당 평균 1000만원 선이다.

이앤씨건설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이앤씨드림타워9'과 '이앤씨드림타워10'에서 상가를 동시에 분양 중이다. 가격은 3.3㎡당 최저 700만원에서 20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영등포구 문래동5가에는 '벽산디지털밸리' 상가가 3.3㎡당 620만~1530만원 선에 나와 있다. 문래동은 개발 호재가 풍부한 편이다. 내년 말에 입점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용인시 구성지구에서 '구성바이오밸리' 아파트형 공장과 상가가 함께 나온다. 공장 연면적이 12만㎡에 달한다. 상가는 지하 1층~지상 2층에 들어서며 점포가 50개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900만원 선이며 1층은 3.3㎡당 1400만~1500만원 대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아파트형 공장 상가를 고를 때 규모와 입주업체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사장은 "공장이 작으면 이용객이 많지 않아 임대료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가 분양업체가 업종 중복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주변에 대형 상권이 있는지도 체크 포인트다. 역세권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덤볐다가는 유동인구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