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달러 유동성 위기說 … 은행 해외차입 난항·외국인 채권 만기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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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환시장에 '9월 달러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문제가 더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랭,국내 은행 등 금융회사의 달러 차입이 끊긴 데다 일본계와 중국계 은행의 반기 및 분기 결산 시점이 겹쳐 국내 시장에 들어와 있는 달러가 대거 회수될 것이란 우려감에서다. 여기에다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채권의 만기가 9월에 겹치면서 9월 말께 달러 수급에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걱정이 확산되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미국의 양대 모기지 보증회사인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위기가 닥친 이달 초부터 국내 은행들의 해외 차입은 사실상 중단됐다. 우리은행과 농협중앙회가 비교적 큰 규모의 달러표시채 채권 발행을 준비했으나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에 따라 발행 시점을 연기했다. 국책은행으로서 그나마 달러 도입을 유지해 오고 있는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 역시 외화표시채 채권을 내놓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기존 차입 달러의 만기를 연장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오면 달러를 내준 외국계 은행들이 상환을 요구하다가 어려움을 하소연하면 규모도 줄이고 만기도 대폭 단축하는 선에서 이월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1년짜리 1억달러의 만기가 돌아오면 규모가 5000만달러로 줄고 만기도 6개월이나 3개월로 단축된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임원은 "최근 들어선 6개월짜리로 만기 연장되는 경우도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3개월 이하로의 연장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은 9월께 중국계 은행과 일본계 은행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월 글로벌 달러 유동성 경색현상이 닥쳤을 때 중국계 은행과 일본계 은행이 결산을 핑계로 대거 회수,국내 시장에 달러 기근 현상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9월에도 이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은행은 지금부터 유럽계 은행 등과 접촉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의 만기가 9월에 대거 도래한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인 보유 채권은 8조6000억원에 이른다. 만약 이 돈이 국내 채권을 사는 데 쓰이지 않고 외국으로 송금된다면 달러 부족이 심각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외환당국이 무리하게 환율을 방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에서 단기 외화차입금을 빼고 나면 국내에 달러가 500억~600억달러 정도 있다고 보면 된다"며 "만약 물가만을 생각해 환율 방어에 계속 나선다면 한두 달 내에 외환보유액이 바닥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행에선 공기업의 해외 차입 정책도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처럼 국가 신용도로 평가받는 국책은행마저 해외에서 차입하기 힘든 실정인데 이보다 낮은 신용등급의 공기업이 나서서 사정이 해결될 수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달러 차입을 위한 국내 기관 및 회사끼리의 경쟁으로 금리만 높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에서 달러가 바닥난 것 아니냐'는 의심만 키워 제2의 외환위기마저 불러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미국의 양대 모기지 보증회사인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위기가 닥친 이달 초부터 국내 은행들의 해외 차입은 사실상 중단됐다. 우리은행과 농협중앙회가 비교적 큰 규모의 달러표시채 채권 발행을 준비했으나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에 따라 발행 시점을 연기했다. 국책은행으로서 그나마 달러 도입을 유지해 오고 있는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 역시 외화표시채 채권을 내놓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기존 차입 달러의 만기를 연장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만기가 돌아오면 달러를 내준 외국계 은행들이 상환을 요구하다가 어려움을 하소연하면 규모도 줄이고 만기도 대폭 단축하는 선에서 이월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1년짜리 1억달러의 만기가 돌아오면 규모가 5000만달러로 줄고 만기도 6개월이나 3개월로 단축된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 임원은 "최근 들어선 6개월짜리로 만기 연장되는 경우도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3개월 이하로의 연장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은 9월께 중국계 은행과 일본계 은행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월 글로벌 달러 유동성 경색현상이 닥쳤을 때 중국계 은행과 일본계 은행이 결산을 핑계로 대거 회수,국내 시장에 달러 기근 현상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한 외환시장 참가자는 "9월에도 이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일부 은행은 지금부터 유럽계 은행 등과 접촉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의 만기가 9월에 대거 도래한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국인 보유 채권은 8조6000억원에 이른다. 만약 이 돈이 국내 채권을 사는 데 쓰이지 않고 외국으로 송금된다면 달러 부족이 심각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외환당국이 무리하게 환율을 방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에서 단기 외화차입금을 빼고 나면 국내에 달러가 500억~600억달러 정도 있다고 보면 된다"며 "만약 물가만을 생각해 환율 방어에 계속 나선다면 한두 달 내에 외환보유액이 바닥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행에선 공기업의 해외 차입 정책도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처럼 국가 신용도로 평가받는 국책은행마저 해외에서 차입하기 힘든 실정인데 이보다 낮은 신용등급의 공기업이 나서서 사정이 해결될 수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달러 차입을 위한 국내 기관 및 회사끼리의 경쟁으로 금리만 높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에서 달러가 바닥난 것 아니냐'는 의심만 키워 제2의 외환위기마저 불러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