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가치의 가파른 상승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에 따라 그동안 물가 안정을 위해 위안화 강세를 허용해온 중국 정부가 환율정책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위안화 가치는 29일 중국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6.8205위안에 거래를 시작해 6.8261위안에 마감했다. 이로써 위안화 가치는 지난 16일 사상 최고치(6.8109위안)를 기록한 이후 0.22% 하락했다. 특히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경기 과열과 물가의 동시 억제(兩防ㆍ량팡)'에서 '성장 유지와 물가 억제(一保一控ㆍ이바오이쿵)'로 바꾼 지난 주말 이후 첫 거래일인 28일에는 위안화 가치가 전날 종가보다 0.0221위안 떨어진 달러당 6.8410위안으로 마감했다. 2005년 7월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하루 기준으로는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강세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제일재경일보는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가 지난 27일 2분기 통화정책회의 후 내놓은 성명에서 지난해 3분기 이래 강조해온 '위안화의 시장 기능을 강화하고 변동성을 증대시키겠다'는 문구를 빼 위안화 상승 속도를 둔화시킬 것임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위안화 절상 속도를 늦추고 섬유업종 등에 대한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을 부활시킬 것을 국무원(중앙 정부)에 건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경기 둔화에다 위안화 절상까지 더해져 경쟁력이 약해진 수출기업들이 잇따라 파산,고용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올 상반기 21.9%를 기록,전년 동기에 비해 5.7%포인트 하락했다. 상반기 중 위안화 가치는 6.5% 올라 작년 연간 절상폭(6.9%)에 육박했다. 동방조보는 외환정책 변화로 하반기 중 위안화 가치 상승폭이 상반기보다 크게 둔화한 4% 이내로 떨어져 올 한 해 절상폭은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는 "정부가 성장 유지뿐 아니라 해외 핫머니(단기 투기자본)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위안화 절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말했다. 리 교수는 "핫머니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뿐 아니라 한꺼번에 철수할 경우 경제 안정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많은 경제학자들이 핫머니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위안화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