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下) 차이나테크의 시대 ‥ 차이나 스탠더드로 기술패권 꿈꾼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24일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이 위치한 안팅차오 인근 도로. 오륜 마크가 새겨진 올림픽 전용차로에 다섯 대의 차가 줄지어 달리고 있었다.
차 색깔은 달랐지만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차들은 상하이자동차와 퉁지대학이 공동 개발한 엔진이 달린 수소연료 자동차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귀빈용 차량으로 이 차량을 채택했다. 중국이 개발한 차세대 연료 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중국의 첨단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고 있다. 중국 전자업체인 하이얼은 궈아오춘을 접수했다.
올림픽 후원사(서브 스폰서) 중 하나인 이 회사는 선수촌 아파트에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프레온가스를 쓰지 않는 1만3236대의 냉장고와 중성세제를 쓰지 않는 신개념 세탁기를 530대 공급했다.
칭다오 요트경기장과 베이징의 테니스경기장,그리고 궈아오춘의 식당에는 하이얼 브랜드가 붙은 2864㎡의 태양광 패널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자동차와 전자제품에서만 차이나테크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베이징과 톈진을 27분 만에 주파하는 최고 시속 350㎞의 초고속 열차에도 중국 기술이 가미돼 있다.
독일과 손잡고 개발한 이 고속열차는 열차 위에 2000㎡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기도 하다. 중국은 항공우주에서도 앞선 기술력을 자랑한다.
2003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린 이후 2007년 달 탐사선을 달에 보냈고 오는 10월에도 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념해 우주선 '선저우 7호'를 발사한다. 이 우주선에 탑승하는 우주인들은 중국인으로는 처음 우주 유영에 나선다.
중국의 전반적인 기술 수준은 물론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나 발전 속도나 독자기술 개발 의지는 어느 국가에도 뒤지지 않는다.
중국 칭화대학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한 학생은 "중국은 나침반 종이 화약이라는 3대 발명품으로 인류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며 "개혁ㆍ개방 이후 30년간 일관되게 독자기술 개발 능력을 키워온 만큼 21세기의 새로운 3대,4대 발명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것은 창신(創新ㆍ혁신)기술의 개발이다. 중국 과기부는 특허 브랜드 국제경쟁력을 종합 평가해 레노버 중국항공과기 등 91개사를 국가대표급 혁신기업으로 선정,기술개발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독자기술을 통해 중국 주도의 세계 산업 질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드는 '차이나 스탠더드(China Standard)'도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의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TD-SCDMA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미국식 CDMA2000과 유럽식 W-CDMA 등으로 양분된 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 TD-SCDMA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했다.
차이나모바일 기술연구센터의 천더춘 연구원은 "미국이나 유럽식 중 하나를 따라한다면 결국 기술 종속 외에는 남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차이나모바일은 올림픽이 열리는 10개 도시에서 TD-SCDMA 서비스를 실시한다.
중국은 무선랜 분야 와피(WAPI)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Wi-Fi를 내세우고 있는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중관춘 기술협력센터의 리밍허 연구원은 "산업화 초기에는 선진기술을 받아들이며 기술개발의 토대를 만드는 데 주력했지만 이젠 독자적인 기술로 선진국과 승부할 수 있을 만한 능력이 생겼다"며 "이번 올림픽은 중국 첨단기술이 세계에 본격 데뷔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