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말 카타르 도하에서 출발했던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DA)가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 지난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된 협상에서 타결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농업분야에서 긴급 수입관세 발동요건을 둘러싸고 미국과 인도ㆍ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협상 결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전 세계적으로 관세를 낮추고 세계시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다자체제 출범이 무산(霧散)됐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앞으로 DDA 협상이 재개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당장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고, EU도 집행부가 내년에 교체된다. 여기에 인도 총선 등 주요 무역국들의 정치일정으로 보아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정도 협상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수입 농산물의 관세인하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한숨을 돌리게 된 점도 있지만 IT, 반도체, 자동차 등 공산품을 수출하는 입장에서 보면 불리해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내심 농산물 분야를 최대한 방어하면서 비농산물 분야에서는 수출증대 등 실리를 챙기고자 했던 것이 사실이다.

DDA 협상이 재개되지 않는 한 국제통상환경은 안 좋아질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협상의 무게중심도 다자간 협상이 아닌 양자간 FTA 협상으로 급속히 옮겨갈 것이 분명하다. 무역이 매우 중요한 우리로서는 어떻게든 FTA를 적극 추진해 수출의 활로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DDA가 답보상태를 보이자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을 통해 칠레, 싱가포르,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아세안, 미국 등과 FTA 협상을 타결했다. 한ㆍEU, 한ㆍ멕시코 FTA는 협상중이고, 중국과의 FTA는 연구단계에 있다. 또 걸프협력기구 호주 인도 등과도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거나 타진중이다.

그러나 FTA 확대만큼 중요한 것은 이런 대외협상을 국내에서 제대로 매듭짓는 일이다. 미국과 FTA 협상이 타결됐어도 국회에서 비준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게다가 협상할 때마다 엄청난 사회적 갈등을 겪어야 한다면 FTA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도 없다. 정부도, 국민도 이 점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