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떨어지죠. 대출 이자는 점점 높아지죠. 세입자는 나간다죠. 이제 도저히 버틸 여력이 없습니다. 세입자 전세금을 빼주려면 손해를 보고서라도 팔아야죠"

29일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의 A중개업소에서 만난 은마아파트 소유주의 말이다.

그는 지난 2006년 강남 집값이 한창 상승세를 나타낼 때, 은마아파트 31평을 11억1000만원에 주고 매입했다.

매입 당시 조만간 12억원은 충분히 넘어갈 것이란 시장 분위기에 이끌려 조금은 무리한 7억원 정도 대출을 얻어 사들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집값은 12억원은 넘기지 못하고 하락세를 접어들어 최근에는 9억원대까지 내려온 상태.

그는 "대출이자는 높아지는데 집값은 떨어져 안그래도 금융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세입자의 전세 만기가 돌아오면서 2억원에 가까운 전세금을 빼줘야한다"며 "도저히 전세금을 빼줄 여력이 안돼 급매로 집을 내놨다"고 말했다.

그가 중개업소에 내놓은 금액은 9억5000만원선. 이 가격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싸게라도 팔 의향이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금융비용까지 따지면 거의 2년만에 2억원 이상을 손해보고 매물을 내놓은 셈"이라며 "하지만 전세금을 내주고 이자부담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것뿐이어서 눈물을 머금고 내놨다"고 전했다.

이렇게 최근 강남구 대치동 일대에서는 이자부담과 세입자 이탈에 따른 전세금 반환 부담으로 급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세기간이 만료되면 다른 세입자를 구하곤 했지만 지금 나오는 매물들은 대부분 대출이 너무 많이 끼어있어 세입자가 쉽사리 들어오지 않는다"며 "그렇다보니 여유자금이 없는 사람은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매물이 대출이 많이 들어있는 것들로 9억원대에 나온 매물에는 약 6~7억원정도의 대출이 끼어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대출 규제로 대출금을 많이 받을 수 없는데다 높아지는 대출 이자 때문에 거래는 잘 되지 않는 편이다.

B중개업소 관계자는 "10억원 이하짜리 매물이 나오면서 9억원 후반대에 거래가 몇개 되긴 했지만 과거처럼 급매물이라고 얼른 사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여기에 예전같이 기존 대출금을 안고 살 수 없어 매입의사가 있어도 대출 문제 때문에 매입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이유선 기자 yu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