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재단이 지난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진행하는 '세계 한인 차세대 대회'에 참가 중인 노현우 월트디즈니 글로벌부문 부사장(미국명 제임스 노ㆍ38)과 마리나 김 러시아 국영방송(RTR) 앵커(25)는 하나같이 "한국에 오니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함이 느껴진다"며 입을 모았다.

노 부사장은 미국에서 태어난 교포 2세.미 펜실베이니아대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에서 MBA(경영학석사)를 취득하고 마키니앤모리슨,베인앤컴퍼니를 거쳐 월트디즈니 부사장까지 올랐다. 연매출 35조원,임직원 12만여명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에서 고속 승진한 비결은 뭘까.

"이게 다 한국 덕분입니다. " 의외의 대답이다. 1998~2002년 베인앤컴퍼니 한국지사에서의 근무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는 것."당시는 한국기업이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을 때인데 최악의 상황을 빠져나오도록 방향을 잡아주면 한국 기업들은 실제로 성과를 극대화하면서 거듭났지요. " 김 부사장은 당시의 압축적 경험을 월트디즈니 경영에 접목,실력을 인정받게 됐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부터 독도 문제 같은 최근 이슈까지 깊이 알고 있었다. 그는 "부모님께서 늘 내가 한국인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기 때문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려면 세계 각국 주류사회에서 한국인 리더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트디즈니의 새 사업인 영어교육사업 개척을 위해 1년 중 절반은 중국 상하이에서 지내고 있다는 그는 "지금까지 운이 좋아 남미,유럽,아시아 등지에서 다양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배웠다"며 "이런 경험을 살려 주류사회의 리더로 확고하게 자리잡는 게 첫째 목표이고,그 다음엔 국제사회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러시아의 공중파 방송 4곳 중 유일한 국영방송인 RTR에서 앵커로 활동하고 있는 마리나 김씨도 "경쟁이 치열한 입사 시험에서 민족 안배를 하다 보니 고려인이란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며 고국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앵커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고려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고려인 3세다.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학교(MGIMO) 외교학과 졸업 후 케이블채널에서 경제전문 기자로 근무하다 2년 전 RTR로 옮겼다.

그는 "러시아는 나를 낳고 키워준 어머니이고,한국은 피를 나눠준 아버지 같은 나라여서 한국에 대한 동경과 관심을 지니고 생활한다"며 "러시아에서 한국 기업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고향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면서 웃었다.

김 앵커는 "내 이름을 단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는 게 꿈"이라며 "특히 러시아인들의 경제적 안목을 넓혀 줄 수 있는 경제 관련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모국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은 닮은 부분이 많았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행사 덕분에 100여명의 해외 동포와 함께 생활해 보니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며 "세계 각국의 주류사회에서 리더로 성장하고 있는 동포들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고 배울 것도 많다"고 말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