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신용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쓰러지는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추진한 감세 정책이 주 요인이다. 미 재정적자 확대는 세계경제에도 악재로 꼽힌다.

백악관은 29일 재정적자가 2008회계연도(2007년 10월~2008년 9월)에 3890억달러를 기록한 뒤 2009회계연도에는 사상 최대인 4280억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종전 최고치였던 2004년(4130억달러 적자)을 넘어서는 규모다. 지난 2월 전망치(4070억달러)보다 750억달러가 많아진 것이다.

재정적자 확대의 요인으로는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와 경기부양책에 따른 지출 확대를 꼽을 수 있다. 미 정부는 올 들어서만 세금 환급 등에 총 1680억달러를 투입했다. 또 500억달러로 예상되는 추가 경기부양 예산과 주택지원법에 따른 모기지 시장 구제자금 등 재정을 투입해야 할 곳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라크전 장기화도 미국 재정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성장률마저 떨어져 갈수록 재정적자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세계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재정적자 증가는 달러 약세로 이어지고,이는 결국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해 세계 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불어나면 달러 가치를 떠받치기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2004년 달러 가치가 폭락한 것도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은 "달러화 약세가 부시 정부의 건전하지 못한 재정정책에서 비롯됐으며 달러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차기 미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공약대로 현 부시 정부 감세 정책의 큰 틀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보건과 교육 등 사회복지 강화에 들어가는 재원을 원활하게 확보하는 데 상당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