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에는 미분양이 하나도 없다. 벌써 5년째다. 국토해양부가 밝힌 5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 통계에 따르면 그렇다. 당연히 황당한 거짓 통계다. 미분양 물량을 솔직히 밝히면 회사가 망할 것처럼 엄살을 떨어대는 건설업체들도 '용인시 미분양 제로'는 말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 통계를 보고 즉석에서 확인한 한두 개 단지의 미분양 물량만 해도 1000가구(신봉지구)를 훨씬 넘었다.

이것뿐만 아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4월 말까지 용인에서 신규 분양된 아파트는 14개 단지 5272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청약통장 순위 내에서 분양이 마감된 것은 3개 단지,1184가구에 불과했다. 이를 제외한 대부분 단지의 청약률은 10%에도 못 미쳤다. 이렇게 본다면 용인지역 내 미분양 물량은 수천가구는 족히 될 것이다. 그런데도 용인시 미분양 통계는 떳떳하게 '미분양 제로'라고 적혀 있다.

용인시가 이 같은 엉터리 미분양 통계를 국토부에 당당히 보고해온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용인시 주택담당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정확한 미분양 물량을 알려주지 않는데,임의로 추정하는 것은 또한번의 거짓말을 하는 셈이어서 국토부에도 '제로'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분양 물량을 공개하면 기존 계약자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쳐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 계약자들의 아우성도 정확한 통계를 작성하는 데 방해요인이 됐다는 얘기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파악한 미분양 물량을 취합하는 국토부도 수년째 '분양 성공률 100%'를 달성한 용인시를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국토부 담당자는 기자가 취재에 들어갈 때까지도 이 같은 용인시 통계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건설업체들이 미분양 현황을 공개토록 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통계에 정확성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승인해서 공개하는 '정부공인 미분양 아파트 통계'라는 게 이런 식으로 작성된다. 정부는 이런 통계를 다시 주택정책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한다. 엉터리의 악순환이다.

박종서 건설부동산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