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이상한 동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의 '카르멘'이 처음 공연됐던 지난 23일.오페라가 끝나자마자 정은숙 전 국립오페라단장이 대기실을 찾아 그곳에 있던 출연자들이 당황했다고 한다. 새로 취임한 이소영 국립오페라단장이 대기실을 찾기도 전이어서 분위기가 어색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는 이 단장이 임명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데다 오페라계에 성악가와 비성악가들 간에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영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으로 내정했으나 일주일 만에 철회했다. 오페라계를 주도해왔던 성악계 출신 인사들이 이 교수가 성악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던 탓이다. 문화부가 다시 성악가가 아닌 연출가 출신의 이 단장을 임명했지만 이번엔 성악계 인사들도 겉으로는 반발하지 않았다. 여론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단장이 취임하고 나서도 '어색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박수길,정은숙 등 역대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지냈던 이들이 '오페라 60주년 기념사업'을 이유로 국립오페라단 사무실에 계속해서 드나들고 있어서다. 더구나 국립오페라단의 연습실 세 개 중 한 개를 60주년 기념사업 사무실로 쓰고 있어 정작 국립오페라단은 연습을 위해 다른 장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념사업단 측은 국립오페라단이 국내 성악계를 이끄는 단체인 만큼 60주년 기념사업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립오페라단의 현재 단장인 이씨는 이 사업에서 빠져 있다.
국내 오페라계의 열악한 여건을 감안하면 국립오페라단 역대 단장들의 오페라 발전을 위한 노력은 누가 봐도 대단하다. 특히 정은숙 전 단장은 참신한 기획과 연출로 민간 오페라단과 주요 공연장들로부터 주도권을 찾아오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현직에 있을 때와 떠난 후에 해야 할 일은 분명히 다르다. 진정 한국 오페라의 발전을 위한다면 새 단장이 국립오페라단을 잘 이끌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하고 밀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박신영 문화부 기자 nyusos@hankyung.com
이는 이 단장이 임명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데다 오페라계에 성악가와 비성악가들 간에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영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으로 내정했으나 일주일 만에 철회했다. 오페라계를 주도해왔던 성악계 출신 인사들이 이 교수가 성악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던 탓이다. 문화부가 다시 성악가가 아닌 연출가 출신의 이 단장을 임명했지만 이번엔 성악계 인사들도 겉으로는 반발하지 않았다. 여론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단장이 취임하고 나서도 '어색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박수길,정은숙 등 역대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지냈던 이들이 '오페라 60주년 기념사업'을 이유로 국립오페라단 사무실에 계속해서 드나들고 있어서다. 더구나 국립오페라단의 연습실 세 개 중 한 개를 60주년 기념사업 사무실로 쓰고 있어 정작 국립오페라단은 연습을 위해 다른 장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념사업단 측은 국립오페라단이 국내 성악계를 이끄는 단체인 만큼 60주년 기념사업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립오페라단의 현재 단장인 이씨는 이 사업에서 빠져 있다.
국내 오페라계의 열악한 여건을 감안하면 국립오페라단 역대 단장들의 오페라 발전을 위한 노력은 누가 봐도 대단하다. 특히 정은숙 전 단장은 참신한 기획과 연출로 민간 오페라단과 주요 공연장들로부터 주도권을 찾아오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현직에 있을 때와 떠난 후에 해야 할 일은 분명히 다르다. 진정 한국 오페라의 발전을 위한다면 새 단장이 국립오페라단을 잘 이끌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하고 밀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박신영 문화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