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 역사의 유한양행은 오랜 기간 '넘버2'란 별칭을 갖고 있었다. '국민 기업'이란 좋은 이미지와 삐콤씨 등 경쟁력 있는 제품을 앞세워 1979년부터 동아제약에 이은 부동의 2위 업체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실시된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의 판매 비중이 커지면서 강력한 병원ㆍ약국 영업력을 갖춘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이 약진한 것.10년 전만 해도 업계 9위에 불과했던 한미약품은 아모디핀(고혈압치료제) 등 개량 신약을 앞세워 2006년 유한양행의 '넘버2' 타이틀을 가져갔다.

지난해에는 고혈압 치료제인 '올메텍' 돌풍을 일으킨 대웅제약마저 유한양행을 밀어냈다.

유한양행이 4위로 추락하자 업계 일각에서는 "'늙은 호랑이'가 다시 2위 자리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유한양행은 절치부심했다. 위기가 가시화되던 2005년부터 경쟁력 약화의 주범인 영업력 끌어올리기에 나선 것.유한양행은 우선 경쟁 업체의 절반에 불과했던 영업인력을 700명 수준으로 40%가량 늘렸다. 영업사원들은 경쟁 업체보다 1시간가량 빠른 오전 7시30분까지 출근해 오후 늦게까지 거래처를 훑고 다녔다.

3년간의 '하드 트레이닝'을 통해 영업직원들의 '전투력'이 올라가면서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올 상반기 실적에서 유한양행은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을 누르고 반기 기준으로 2년 만에 '넘버2' 자리를 되찾았다.

이는 강화된 영업력을 바탕으로 '레바넥스'(위궤양 치료제) '메로펜'(항생제) '안플라그'(항혈전제) 등 전문의약품 판매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30일 제약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올 상반기 매출은 288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4%나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5.5% 증가한 4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에서는 박카스와 스티렌(위궤양치료제)을 앞세운 동아제약에는 못 미쳤지만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을 적지 않은 차이로 따돌렸다. 영업이익 측면에선 한미약품(355억원)과 대웅제약(343억원)은 물론 동아제약(397억원)도 제쳤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위 제약사들이 올 상반기에 1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 인하정책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이처럼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