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윤리학입니다. 나와 남이 추구하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는데,그래서 윤리학이 필요한 것이죠."

현존 최고의 윤리학자로 손꼽히는 앨런 기바드 미국 미시간대 석좌교수(66)는 30일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대에서 개막한 제22차 세계철학대회(WCP 2008)에 참석한 그는 '현대윤리학의 대부'로 불릴 만큼 현대 윤리이론 발전에 결정적인 공헌을 해 온 인물이다.

1971년 하버드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현명한 선택,적절한 감정:규범적 판단에 관한 이론≫(1990년)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기≫(2003년) 등의 저서를 통해 현대인이 지향해야 할 윤리적 덕목에 주목해 왔다.

"민주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는 관용입니다. 각자의 이익들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관용이 필요하지요. 내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설령 그의 주장이 옳지 않다고 여겨지더라도 그 사람이 주장하는 가치를 인정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해요."

따라서 그는 "비이성적.비합리적 목표들은 지양하면서 관용을 통해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복잡다단한 개인들의 이해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해서는 찬성쪽에 무게를 뒀다. 빈부의 격차가 발생하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빠르게 소통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문학에 대해서는 "위기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과학자들과 달리 인문학자들은 '엄밀성'을 다소 느슨하게 추구했고 그 때문에 위기를 초래했지만 철학은 엄밀성을 끝까지 추구한다는 점에서 인문학 위기의 '예외 지점'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철학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철학대회는 이날 오전 개막돼 1주일 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104개국에서 온 2600여명의 철학자들이 참석하며 1370여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