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문화와의 대화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인간이란 무엇인가,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현재의 전 지구적 현안은 무엇인가 등 철학과 관련해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거든요. "

피터 켐프 국제철학연맹 회장(71)은 30일 제22차 세계철학대회가 막을 올린 서울대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전 지구적인 대화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세계화로 인해 서로간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전 지구적으로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철학은 그런 대화에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철학이 국가 혹은 민족적 단위를 넘어서 초국가적(Transnational)으로 통용될 수 있는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대회의 주제인 '오늘날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에 대해서는 "철학은 굉장히 오래된 학문이고 모든 문화는 나름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이 같은 서로간의 차이점을 어떻게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우리의 고민"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세계 각지에서 불거진 문제들을 푸는 방향으로 오늘날의 철학을 다시 생각해야 하며 21세기 철학은 보편성의 울타리 안에서 국가ㆍ민족마다 갖고 있는 특수성을 존중하는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동양철학이 세계 철학의 대열에 합류한 데 대해 그는 "동양의 철학자들은 자신들의 철학적 입장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서구 철학자들과 소통할 때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이른바 오리엔탈리즘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터 켐프 회장은 덴마크 출신으로 교육철학 일반,범세계적 시민권과 국제법,철학적 윤리학 등을 주로 연구해 왔으며 덴마크 응용철학회장을 거쳐 2003년부터는 국제철학연맹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 달 5일까지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세계 104개국에서 온 2600여명의 철학자들이 참석하며 1370여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