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숫자보다 모호한 게 더 문제"

"한국은 규제가 많은 것보다 모호한 것이 문제다. "

데이비드 고든 엘든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회장(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특별고문)은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IMI국제경영원이 주최한 하계포럼 개막 강연에서 "두바이는 규제가 없는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 비해 덜 엄격하다고 보기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규제가 있어도 두바이처럼 단순 명쾌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엘든 회장은 이어 "두바이와 한국의 또 다른 차이점은 외국인 투자자를 대하는 태도"라며 "두바이가 600개의 글로벌 은행을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성향"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식 모델을 한국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두바이를 따라 갈 것이 아니라 두바이의 장점과 한국의 장점을 고루 반영한 혼합모델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대한 논평도 내놓았다. 그는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정부의 결정이 느리다"며 "많은 글로벌 금융회사가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키로 한 문제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지켜본 뒤 한국에 투자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든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내세웠던 기존 공약을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어서이지 방향이 틀려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7% 달성 목표는 예외"라며 "성장률은 경제 상황이 안 좋으면 하향 조정하는 것이 당연하며 경쟁 국가보다 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개막 강연을 통해 "30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신성장동력 기획단이 추천한 하이브리드 연료전지 자동차,LED(발광다이오드) 조명,해조류를 활용한 바이오 연료 등 63개 후보사업군 중 일부를 골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구체적인 지원 방안으로 정부와 민간이 50%씩 투자하는 '신성장동력 펀드'를 제시했다. 그는 "내년 2000억원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1조8000억원 규모의 신성장동력 펀드를 조성하겠다"며 "기술금융 규모도 올해 5조원에서 2012년 7조7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둔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되는 소비는 석유와 해외여행,수입 명품 등 3가지뿐"이라며 "그 밖의 소비는 적극적으로 해줘야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개막 강연에 앞서 열린 개막식 축사에서 "경제난을 극복하려면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이익이 좀 희생되더라도 나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정부는 국민들과의 소통에 더욱 신경을 써서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번 포럼에는 지난해보다 참가 인원이 50%가량 늘었다"며 "원유와 원자재 가격 폭등,세계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신성장동력 발굴 문제에 대한 기업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