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우리가) 일희일비해서 조금 잘못하면 너무 자책하고 우리끼리 이렇게 하면 상대방(일본)이 웃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최근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독도 귀속국가 명칭을 '한국'에서 '주권 미지정 지역'으로 변경한 것과 관련해 국내 정치권에서 일제히 이태식 주미(駐美)대사를 포함한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교체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향후 정치권과 여론의 추이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4박5일의 휴가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를 위해 종로구 국립서울농학교를 찾은 자리에서 문책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기자들은 잘못하면 바로 인책하나. 그것보다 더 급한 게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의 전략이 좀 장기적이지 못한데서 (독도 문제가) 조금 소홀히 (취급)됐지만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면 우리 땅 우리가 주장하는데 그건 우리가 당연히 유리하다"며 "독도 문제는 단기간의 문제보다는 장기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해야 하고 너무 정치적으로 하기 보다는 아주 차근차근 하나하나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가) 너무 일희일비해서 뭐 어떻게 한다고 해서 우리 땅을 뺏기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우리가 설득하고 또 구체적인 정보를 들이대고 하면 얼마든지 유리할 수 있다"면서 "이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우리 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이며 문책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장기적 전략을 갖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일관된 입장이다. 인책론도 마찬가지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정부의 독도 귀속국 표기 변경 문제뿐 아니라 △잘못된 미국산 쇠고기 협상 △금강산 피살 사건 늑장 대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 성명 파동 등 외교안보라인의 잇따른 실책에 대해 여야 정치권뿐 아니라 원로그룹까지 나서서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대통령의 문책 없는 상황 정리론이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외교라인 문책론과 관련, "문책 폭은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문책할 일이 있으면 즉시 문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 외교안보라인 문책시기가 연말께로 추정되는 경제부처 장관 교체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