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회원권 기준시가가 3년6개월 만에 하락했다.

국세청이 31일 발표한 전국 180개 골프장,373개 골프회원권의 기준시가(8월1일자로 고시)는 직전 고시일(2월1일)보다 평균 3.9% 하향 조정됐다. 2000년 이후부터 총 16차례 이뤄진 기준시가 고시에서 하락세를 보인 것은 2001년 2월1일(3.1%),2003년 8월1일(0.5%),2004년 12월1일(9.1%) 등 총 세 차례에 불과했다.

전 지역이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지역별로는 영남과 호남지역이 각각 5.9%로 가장 많이 떨어졌고 강원권 4.4%,충청권 3.8%,수도권 3.7% 등의 순이었다. 제주도는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을 반영한 듯 0.1%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기준시가가 떨어진 이유는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이 퍼진 가운데 상반기 경제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회원권거래소들은 풀이한다.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값 급등,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우려,부동산 시장 침체,정부정책의 혼선 등이 시장 분위기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가격대별로는 고가 회원권의 경우 상승세를 유지한 반면 중저가대 회원권은 떨어졌다. 4억원 이상 회원권은 1.9%,5억원 이상은 2.3% 각각 상승했으나 1억원대 회원권은 6.1% 하락했다. 5000만~1억원대 회원권도 5.7%,2억원대는 4.4%,3억원대는 4%가 각각 빠졌다. 지난 2월 고시에서 14.6%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던 여자회원권은 9.5% 하락해 눈길을 끌었다.

기준시가 상승액이 가장 높은 골프장은 남부CC.지난 2월보다 2억8300만원이 오른 19억9500만원으로 고시됐다.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골프장은 경북 포항의 오션힐스CC로 7억2000만원에서 9억9000만원으로 37.5%나 상승했다.

골프회원권 전문가들은 이번 기준시가가 시장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국세청이 조사한 시점이 7월1일자이지만 지난 한 달간 하락폭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경영압박이 심한 건설업체 등 중견기업들이 자금확보를 위해 법인회원권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남부 가평베네스트 이스트벨리 남촌 렉스필드 화산골프장 등 10억원 이상의 고가회원권 값이 급락했다. 아울러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고액의 신규 회원권과 특별회원권이 잇달아 분양된 것도 기준시가 평균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한창국 동아회원권거래소(02-2269-1666) 팀장은 "시장에서 느끼는 골프회원권 시세 하락폭은 이번에 고시된 기준시가보다 훨씬 크다. 올 상반기는 10억원대 '황제 회원권'들도 하락하는 등 시장 분위기가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회원권 시장에선 단기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회원권 전문가들은 전한다. 고가대 회원권은 약세가 뚜렷하지만 중저가대 회원권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조금씩 붙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여건이 워낙 좋지 않아 상승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송용권 에이스회원권거래소(02-797-0007) 팀장은 "회원권 값이 많이 빠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중 유동성 자금이 일부 유입되는 조짐이다. 대부분 법인회원인 고가 회원권에도 매수세가 조금씩 붙고 있다. 그러나 반등하더라도 예전 가격을 회복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새 기준시가는 8월1일 이후 회원권의 양도 상속 증여에 따른 세금 계산 때부터 적용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