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신용위기 여파를 비껴가진 못했다. "

블룸버그통신은 30일 "최고의 신용등급을 자랑하는 버핏의 투자회사 벅셔 해서웨이가 10억달러 규모 5년만기 채권을 매우 높은 수준의 금리로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벅셔 해서웨이는 신용등급이 6계단이나 낮은 코카콜라와 동일한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수모를 겪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했다.

최고의 투자가로 명성이 높은 버핏조차 이같이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미국 기업들이 그만큼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대변한다. 미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의 자금 숨통을 틔우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채권시장 여건은 별반 나아진 게 없는 것이다. 기업들의 부도율 급증으로 채권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우량 회사들도 채권을 발행할 때 높은 수준의 금리를 지불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고 신용등급의 회사에서 발행한 채권 금리가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채권 전문 투자기관인 리버소스 인베스트먼트의 스콧 슈로퍼 매니저는 "회사 입장에서 시장이 요구하는 가격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면 당분간 채권을 발행할 필요도 없다"며 현 상황을 꼬집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미국 기업들의 채권 발행액은 355억달러로 최근 5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상황은 앞으로도 크게 개선되긴 힘들어 보인다. 신용평가회사인 S&P는 "투기등급 채권의 부도 비율은 지난 6월 1.9%에서 연말에는 4.7%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위험이 줄어들지 않는 한 당분간 채권 투자가 활성화되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