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간 외교전으로 관심을 끌었던 제15차 비동맹운동(NAM) 각료회의에서 남측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최종문서가 채택됐다.

이란 테헤란에서 27∼30일 열린 이번 회의의 최종문서에서는 한반도 항목에 '각료들은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그리고 과거 모든 남북 공동성명 및 합의서에 명시된 것과 같이 한반도 통일을 위한 한국인들의 노력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고 명시됐다고 외교통상부가 31일 전했다.

또 이 문서에는 '6자회담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9.19 공동성명 및 그 이후의 합의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신속한 이행을 강조했다'는 대목도 들어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에 비동맹회의에서 채택된 문서에는 우리 입장이 비교적 잘 반영돼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은 '10.4 정상선언 지지'를 최종문서에 명시,사실상 10.4 정상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국제여론 확보에 나서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박의춘 외무상이 직접 나섰고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의도가 전적으로 반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준 다자외교조약실장을 현지에 급파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 등 다른 남북간 합의들도 모두 함께 이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북핵 합의문서도 최종문서에 반영될 수 있도록 참가국들을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10.4 선언에 대한 문구를 명기했지만 우리 역시 기존 남북 공동 성명 및 합의서 내용을 집어넣는 데 성공했고 '통일을 위한 한국인들의 노력'이라는 중립적인 표현이 삽입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6자회담의 중요성과 북핵 합의문의 이행을 강조한다는 표현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