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의 주름살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금리 인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는 침체 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퍼펙트 스톰(초대형 태풍)이 유럽 호를 삼키고 있다"(켄 와트렛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진단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3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통계청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잠정치가 전월보다 0.1%포인트 높은 4.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2년 4월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이미 7월3일 기준금리를 연 4.25%로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스테판 데오 UBS 애널리스트는 "ECB가 당분간 추가 금리 인상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9월이나 10월에 또다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CB가 금리를 올리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커져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ECB가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가파른 경기하강을 겪고 있는 유럽 경제가 '하드랜딩'(경착륙)할 것이란 우려도 높다.

영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0.2%에 그쳐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또 7월 평균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8.1% 하락해 1991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신용평가사인 S&P는 이날 보고서에서 영국의 집값이 앞으로 4분의 1가량 더 떨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프랑스의 5월 산업생산도 전달보다 2.6% 줄어 3년여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나타냈다. 독일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2.1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경기 둔화 우려를 부추겼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