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그가 佛子라는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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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 불자는 황우석 박사의 연구 승인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한국불교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는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29일 '황우석 지지 불자 모임'이 기증한 것이다. 지방의 한 교구본사 주지를 비롯해 300여명의 불교신자들은 이날 조계사에서 황 박사의 인간 체세포 배아 복제 연구 계획에 대한 승인을 촉구하는 불교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줄기세포 연구의 종주국으로 자처했고 현재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연구가 중단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우리 불자들은 황우석 박사에게 연구승인을 해주면 복제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적 준비와 윤리적 자세를 갖추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연구 승인을 촉구하는 현수막 1000개를 전국 사찰에 배포했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에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전국 교구본사주지회의에 황 박사가 나타났다. 연구 계획 승인을 위한 불교계의 지원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주지회의는 이날 회의에서 연구 재개 승인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더 큰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정부가 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교계 일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조계종 측은 "총무원과는 관련이 없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지방 교구본사 관계자도 31일 "연구승인 재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오늘 우편으로 배달돼 왔으나 걸지 않을 방침"이라며 뜨악한 반응을 보였다.
황 박사의 '논문 조작'과 관련한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데다 그의 연구계획에 대한 정부 승인 여부를 코앞에 두고 불교계가 이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교계는 '논문 조작'사건으로 논란이 뜨거웠던 2006년에도 '황우석 감싸기'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전례가 있다. 조계종이 종교 편향과 관련해 연일 대정부 비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박사가 불자라는 이유로 편을 드는 것이라면 이 또한 편향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지 않을까.
서화동 문화부 기자 fireboy@hankyung.com
한국불교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는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 29일 '황우석 지지 불자 모임'이 기증한 것이다. 지방의 한 교구본사 주지를 비롯해 300여명의 불교신자들은 이날 조계사에서 황 박사의 인간 체세포 배아 복제 연구 계획에 대한 승인을 촉구하는 불교인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그동안 줄기세포 연구의 종주국으로 자처했고 현재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연구가 중단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우리 불자들은 황우석 박사에게 연구승인을 해주면 복제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적 준비와 윤리적 자세를 갖추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연구 승인을 촉구하는 현수막 1000개를 전국 사찰에 배포했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에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전국 교구본사주지회의에 황 박사가 나타났다. 연구 계획 승인을 위한 불교계의 지원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주지회의는 이날 회의에서 연구 재개 승인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더 큰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정부가 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교계 일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조계종 측은 "총무원과는 관련이 없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지방 교구본사 관계자도 31일 "연구승인 재개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오늘 우편으로 배달돼 왔으나 걸지 않을 방침"이라며 뜨악한 반응을 보였다.
황 박사의 '논문 조작'과 관련한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데다 그의 연구계획에 대한 정부 승인 여부를 코앞에 두고 불교계가 이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불교계는 '논문 조작'사건으로 논란이 뜨거웠던 2006년에도 '황우석 감싸기'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전례가 있다. 조계종이 종교 편향과 관련해 연일 대정부 비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박사가 불자라는 이유로 편을 드는 것이라면 이 또한 편향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지 않을까.
서화동 문화부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