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라고 하는 말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뭉클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좋든 싫든 모든 것이 당장 단절되면서 미래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이상 만나지 못하고,보지 못하고,경험할 수 없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저린다. 그래서 마지막은 항상 슬픈 것인가 보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마지막 수업'엔 진한 슬픔이 배어 있다. 독일과의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가 알자스 지방을 잃게 되자,아멜 선생님은 오늘이 마지막 프랑스어 수업이라고 말한다. 그는 "모국어를 굳건히 지키면 감옥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일깨워 주며,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흑판에 '프랑스 만세'라 쓰고선 수업을 마친다.

미국의 카네기멜론 대학 랜디 포시 교수(47)가 지난해 9월 피츠버그 캠퍼스에서 행한 '마지막 강의(The LAST LECTURE)'에 사람들이 숙연해 있다. 췌장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교수가 죽음의 얘기가 아닌 꿈과 희망을 설파한 것이다. 강단에서 암세포가 전이된 10장의 종양사진을 보여 주고,아직도 누구보다 힘에 세다며 팔굽혀 펴기를 하기도 했다.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쾌활하고 재치 넘치게 강의를 한 포시 교수의 메시지는 이렇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라." "삶을 즐겨라,즐길수록 삶은 내 것이 된다. " "가장 좋은 금은 쓰레기통 밑바닥에 있으니 애써 찾아라." 어찌 보면 평범하고 많이 들어왔던 내용인 듯하지만,자신의 절망적인 순간에도 힘겨워 하는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하는 것이어서 실로 아름답기만 하다.

포시 교수는 "어떻게 자기 삶을 이끌어 가는가를 얘기하고 싶었다"며,사실은 나의 어린 딜런(5세),로건(2세)과 이제 막 돌이 지난 클로에를 위한 것이었다는 말로 강의를 끝냈다.

그런 그가 며칠 전 타계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작별인사'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면서 무려 1000만명의 세계인들이 동영상을 시청한 이유를 알 만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