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D램과 낸드플래시 시황 부진으로 지난 2분기에도 적자를 냈다. 작년 4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적자다. 하지만 2분기 적자 규모는 전 분기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하반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이닉스는 31일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올 2분기에 매출 1조8472억원,영업손실 1833억원,순손실 707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5% 줄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418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영업손실에 비해 순손실 규모가 큰 것은 미국 유진의 200㎜웨이퍼 라인을 가동 중단하면서 발생한 '유형자산감액 손실'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비록 적자를 냈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1분기(505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는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이 지난 1분기보다 평균 9%가량 오른 덕분이다. 또 가격 급락으로 수익성이 좋지 못했던 낸드플래시 생산 비중을 줄이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한 효과도 컸다. 회사 관계자는 "D램 생산 비중을 지난 1분기보다 12% 높이는 대신 낸드플래시 비중은 10%가량 낮추면서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하반기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존 공정에 비해 생산성이 30% 이상 뛰어난 첨단 공정 생산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양산을 시작한 54나노 D램 생산량을 연말까지 전체의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48나노 낸드플래시 비중도 연말까지 전체의 6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동양종금증권 김현중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3분기에는 1000억원 규모의 흑자전환이 가능하겠지만 중국 등의 수요가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어 4분기 이후 실적개선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2006년 9월에 발행한 전환사채(CB) 가운데 풋옵션 행사 금액을 되갚기 위해 조만간 7억∼8억달러의 CB를 추가 발행하기로 한 계획을 잠정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자본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주가도 많이 떨어져 좀 더 시간을 갖고 CB 발행 여부를 재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이날 2.61% 오른 2만1650원으로 4일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