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계철학대회에 참가한 독일의 비토리오 회슬레 교수(미국 노트르담대학)는 단연 눈길을 끄는 철학자다. 서투르긴 하지만 한국말을 곧잘 할 뿐더러 김치,불고기 등 한국 음식도 잘 안다. 부인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대표적 소장 철학자로 꼽히는 그는 인간의 이성으로 객관적 진리를 추구하는 것을 철학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간주한다.

그는 포스트모더니즘이 광풍처럼 번지고 있을 때에도 이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던 인물.그는 "세계에는 빈부 격차,환경 문제,소외 등 다양한 영역의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참과 거짓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며 "탈근대 사상이 이성을 위축시키면서 현실 문제에 대한 비판능력을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이성의 과잉이 아니라 이성에 대한 믿음의 상실이 현대사회의 위기를 초래했으므로 이성적 사유의 복권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슬레 교수는 또 탈근대론이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대중독재로 가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탈근대론에 빠질 경우 어떤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의 확신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개인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여러 사람의 의견에 휩쓸릴 가능성이 커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