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그룹 전체에 비상을 걸겠다"고 31일 말했다. 최근 부진한 실적과 주가 하락에 대해 스스로 "실망스럽다"고 말한 그는 주가 회복에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하나대투증권에서 열린 상반기 실적설명회(IR)에서 "솔직히 IR 자료를 보고 실망한 분이 많을 것"이라며 "나 자신도 실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 회장이 IR에 직접 참석하기는 2005년 말 하나금융지주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분명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IR에 나왔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ROE(자기자본이익률) 15%,ROA(총자산이익률) 1%는 넘겨야 한다는 내부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고 다른 은행보다 양호했던 NPL(무수익여신) 비율 등도 악화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PBR(주가순자산비율)가 0.85배까지 떨어진 것은 수치스러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상반기에 자산 규모를 많이 늘려서 연간 목표치의 70%를 달성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대출 확대 노력을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 증가로 돌려 NIM(순이자마진)이나 NPL 비율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라며 "주가 하락으로 우리 주주가 불리하게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의 차별성이 희미해졌다는 지적에 김 회장은 "동감한다"며 "그동안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노력을 게을리했는데 달라진 고객의 요구와 수준을 감안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 6월 1000억원을 들여 취득한 자사주에 대해 "시장에 내다팔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회장은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하고 있다"며 "효율성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M&A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규모의 경제는 필요하다"며 "이 규모를 관리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과 인재를 우선 갖춰 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김 회장은 5000만달러를 투자한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 주가 하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최근 메릴린치가 발표한 신주발행 가격이 우리의 매입 가격보다 낮기 때문에 계약 조건에 따라 다음 달 초 110만주를 무상으로 받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밝힐 수 없지만 이렇게 되면 평균 매입단가가 당초 50달러에서 24달러 선으로 내려가 비경상적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은 지난 2월 말 5000만달러를 투자,메릴린치 주식 100만주를 주당 50달러에 사들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