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대화록 문건 "盧전대통령 `OIE기준은 참고사항'"

한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특위 소속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31일 주장했다.

강 의원이 이날 공개한 지난해 10월26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당시 리처드 크라우더 USTR(미 무역대표부) 농업담당 수석협상관간의 대화록 문건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당시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입증의 한계로 광우병 위험 논란이 많으며 광우병 발생국으로부터 쇠고기를 수입하는 문제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또 "미국측이 OIE 기준의 완전 준수 입장을 고수할 경우 문제 해결이 오랫동안 지연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양측이 일정부분 양보하면서 절충점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한국측 입장을 전달했다.

김 본부장은 이와 함께 ▲불완전한 사료금지조치에 따른 교차오염 가능성 존재 ▲개별이력추적시스템 미비 ▲월령확인을 위한 치아감별법의 오류 가능성 등을 들어 "미국의 광우병 방역관리 시스템을 완전히 신뢰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는 우려도 피력했다.

그는 특히 크라우더 수석협상관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OIE 기준을 존중하면서 합리적 수준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것이나, 주변국도 함께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며 "대통령이 OIE 기준을 존중하겠다는 뜻은 OIE 기준을 중요한 참고(Referenc)로 삼겠다는 의미"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크라우더 수석협상관은 "모든 쇠고기 수입국에 OIE 기준을 준수해 달라는 동일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한국 뿐 아니라 마카오, 홍콩, 대만, 일본, 중국 및 한국 등을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화록 발언을 근거로 강 의원은 "김 본부장은 지난 16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선 `참여정부 시절 우리나라가 OIE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이 되지 않았는가'라는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 질의에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동물 검역과 관련해서는 OIE가 국제기구로서 유일무이한 권위를 부여받고 있다'고 답변해 지난해 10월 발언과는 차이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김 본부장이 현 정부 들어 한나라당의 `설거지론'에 동의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나, 참여정부가 주변국과 보조를 맞춰가며 개방하려는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 재차 확인된 셈"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정상회담을 위해 쇠고기 협상을 졸속,굴욕적으로 추진하면서 오늘의 사태가 초래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