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엄친딸'이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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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시인>
중학교 2학년 '내 친딸'은 방학을 맞아 명실상부하게 공부를 놓은 채 오롯한 '방학(放學)'중이다.
방학이 시작될 즈음 계획을 물으니 드럼을 배우겠다고 했다. 선배 엄마들의 조언에 따르면,신중하고 신중하게 가르쳐야 될 게 드럼과 춤이라 했거늘,그게 중독성이 있어서 '이후 내내 방학'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도 했거늘,"안 돼"란 말을 꿀꺽 삼키고 애써 평정을 찾아 다시 물었다. "그리고 또 뭐할 건데?" 그러나 쿨하게 돌아오는 말."소설이나 좀 써볼까?"
대한민국의 온갖 '엄친아'(엄마친구아들)들은 조기유학에 어학연수에 하다못해 해외봉사나 여행이란 명목으로 인천공항을 '엑소더스'한다는데.'엄친딸'(엄마친구딸)들은 특목고·명문대 입시 전문학원을 찾아서,심지어 천만원을 호가하는 유학준비 특강을 듣기 위해 대치동으로 목동으로 새벽밥 먹고 달려 나간다는데.
평범한 아들 딸을 가진 대한민국 엄마들의 방학은 시름 깊다. 나 또한 '방학'이후 딸과의 갈등은 깊어졌고,내 안의 또 다른 나와도 전쟁 중이다. 시인 엄마로서 나는 "그래,너 하고 싶은 거 해봐,그게 진짜야!"라며 격려중인데,강북 엄마로서의 나는 "야,대한민국이 얼마나 살벌한 학벌 사회인데,대한민국은 10% 아니 1%만이 살아남는 사회야"라며 협박중이다.
서울시 교육감 첫 직선제 선거가 있었다. 당선자의 선거공보를 다시 읽어본다. '사교육비 절감! 안전한 학교! 글로벌 인재 양성!' 모든 후보들이 아니 우리 모두가 꿈꾸는 미래이자 희망이다. 문제는 '어떤'이고 '어떻게'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 상당 부분이 교육문제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말을 뼈아프게 실감하는 중이거늘 0교시·우열반·학원야간 수업,영어몰입 교육,학업성취도 평가 등이 기다리고 있다. 학교에서 학원을,학교 숙제에서 학원 숙제를 오가며 '공부기계'로 만들어지는 아이들의 일과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했거늘. 여기에 더해 TV 컴퓨터 게임기 영화관 PC방 노래방 MP3 핸드폰.아이들을 유혹하는 것들은 또 좀 많은가. 잠시 둔전대거나 한눈파는 아이들을 다그치다가도 문득 회의에 빠지곤 한다. 저 아이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는데,하고 싶은 걸 할 권리가 있는데….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인지율이 46.4%로 35.1%인 성인을 훨씬 웃돌고,그 스트레스의 67%가 학업 문제라는 통계를 보았을 때,내 이럴 줄 알았다 싶었다. 진로·가정·친구 문제들 또한 학업과 무관치 않으니,그들이 실제로 느끼는 학업 스트레스의 체감온도는 훨씬 높을 것이다. 20명 중 1명이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통계에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다. 서울시내 초·중·고생의 25.7%가 특정 공포증,강박증,주의력 결핍,과잉 행동장애 등을 갖고 있다는 통계는 또 어떤가. 이런 교육환경은 도대체 누굴 위한 걸까? 이렇게 습득한 학업이 과연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지적 자원이 될 수 있을까?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미래의 건강한 주역들이 될 수 있을까? 이 교육환경에서 살아남은 1%의 승자들은 물론,살아남기 위해 버둥대는 99%의 패자들 또한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얼마 전,젊은이들이 몰린다는 홍대 앞 관할 경찰관은 이렇게 개탄했다. "3년짼데요,여기서 근무하다 보면,대한민국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 경찰관이 본 젊은이들의 절망스런 밤풍경이 비단 홍대앞 뿐이겠는가. '미친 교육'은 아이들을 미치게 만들고,가족과 부모들을 미치게 만들고,사회를 미치게 만들고,국가를 미치게 만든다. 이제 급기야,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우리의 나아갈 바를 '다시',아니 '제대로'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아야 할 때다. 정말 교육에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에게 백년 후의 미래는 없을지도 모른다.
중학교 2학년 '내 친딸'은 방학을 맞아 명실상부하게 공부를 놓은 채 오롯한 '방학(放學)'중이다.
방학이 시작될 즈음 계획을 물으니 드럼을 배우겠다고 했다. 선배 엄마들의 조언에 따르면,신중하고 신중하게 가르쳐야 될 게 드럼과 춤이라 했거늘,그게 중독성이 있어서 '이후 내내 방학'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도 했거늘,"안 돼"란 말을 꿀꺽 삼키고 애써 평정을 찾아 다시 물었다. "그리고 또 뭐할 건데?" 그러나 쿨하게 돌아오는 말."소설이나 좀 써볼까?"
대한민국의 온갖 '엄친아'(엄마친구아들)들은 조기유학에 어학연수에 하다못해 해외봉사나 여행이란 명목으로 인천공항을 '엑소더스'한다는데.'엄친딸'(엄마친구딸)들은 특목고·명문대 입시 전문학원을 찾아서,심지어 천만원을 호가하는 유학준비 특강을 듣기 위해 대치동으로 목동으로 새벽밥 먹고 달려 나간다는데.
평범한 아들 딸을 가진 대한민국 엄마들의 방학은 시름 깊다. 나 또한 '방학'이후 딸과의 갈등은 깊어졌고,내 안의 또 다른 나와도 전쟁 중이다. 시인 엄마로서 나는 "그래,너 하고 싶은 거 해봐,그게 진짜야!"라며 격려중인데,강북 엄마로서의 나는 "야,대한민국이 얼마나 살벌한 학벌 사회인데,대한민국은 10% 아니 1%만이 살아남는 사회야"라며 협박중이다.
서울시 교육감 첫 직선제 선거가 있었다. 당선자의 선거공보를 다시 읽어본다. '사교육비 절감! 안전한 학교! 글로벌 인재 양성!' 모든 후보들이 아니 우리 모두가 꿈꾸는 미래이자 희망이다. 문제는 '어떤'이고 '어떻게'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 상당 부분이 교육문제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말을 뼈아프게 실감하는 중이거늘 0교시·우열반·학원야간 수업,영어몰입 교육,학업성취도 평가 등이 기다리고 있다. 학교에서 학원을,학교 숙제에서 학원 숙제를 오가며 '공부기계'로 만들어지는 아이들의 일과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했거늘. 여기에 더해 TV 컴퓨터 게임기 영화관 PC방 노래방 MP3 핸드폰.아이들을 유혹하는 것들은 또 좀 많은가. 잠시 둔전대거나 한눈파는 아이들을 다그치다가도 문득 회의에 빠지곤 한다. 저 아이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는데,하고 싶은 걸 할 권리가 있는데….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인지율이 46.4%로 35.1%인 성인을 훨씬 웃돌고,그 스트레스의 67%가 학업 문제라는 통계를 보았을 때,내 이럴 줄 알았다 싶었다. 진로·가정·친구 문제들 또한 학업과 무관치 않으니,그들이 실제로 느끼는 학업 스트레스의 체감온도는 훨씬 높을 것이다. 20명 중 1명이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통계에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다. 서울시내 초·중·고생의 25.7%가 특정 공포증,강박증,주의력 결핍,과잉 행동장애 등을 갖고 있다는 통계는 또 어떤가. 이런 교육환경은 도대체 누굴 위한 걸까? 이렇게 습득한 학업이 과연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지적 자원이 될 수 있을까?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미래의 건강한 주역들이 될 수 있을까? 이 교육환경에서 살아남은 1%의 승자들은 물론,살아남기 위해 버둥대는 99%의 패자들 또한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얼마 전,젊은이들이 몰린다는 홍대 앞 관할 경찰관은 이렇게 개탄했다. "3년짼데요,여기서 근무하다 보면,대한민국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 경찰관이 본 젊은이들의 절망스런 밤풍경이 비단 홍대앞 뿐이겠는가. '미친 교육'은 아이들을 미치게 만들고,가족과 부모들을 미치게 만들고,사회를 미치게 만들고,국가를 미치게 만든다. 이제 급기야,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우리의 나아갈 바를 '다시',아니 '제대로'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아야 할 때다. 정말 교육에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우리에게 백년 후의 미래는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