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Bravo! My life] 김경진 한국EMC 사장 "시계만 보면 뜯고 조립하고…"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시계는 초정밀 기계의 축소판입니다.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김경진 한국EMC(글로벌 IT 회사로 스토리지 분야 선두) 사장은 첫마디부터 마니아 기질을 물씬 풍겼다.

    몇 년 전 절판된 시계 원리에 대한 해설서 '시계구조의 이해 및 분해 조립(대광서림 발행)'을 중고 책방을 뒤져 기어코 손에 넣은 그다.

    "시계 속이 뭐 그렇게 아름답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300여개의 아주 미세한 부품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에 어렸을 때부터 매력을 느꼈어요. 중학생이었을 때인가,형님이 사준 '오리엔트' 시계를 끝내 못 참고 해체했다가 조립하는 방법을 몰라 망가뜨린 적도 있습니다. 이후로도 시계를 꽤나 부숴버렸죠."

    기계의 미학에 푹 빠져 항공대 전자공학과 재학 시절엔 교정에 전시돼 있던 전투기 엔진 부품을 '수집'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기계들은 꼭 헤집고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집안이 지저분해지니 좋아하실 리 없지요. 장래를 위해서도 만날 기계만 만지고 있는 아들이 달가울 리 없으셨을 거고요. 그래도 가전 제품을 공짜로 수리해 드릴 땐 칭찬도 많이 받았습니다. " 그는 손재주가 좋아 선풍기,라디오쯤은 뚝딱 만들어내고,오디오의 핵심으로 불리는 진공관 확성기도 직접 만들어 썼다. 시계 예찬론자인 만큼 수집에도 열을 올릴 법하건만 김 사장이 소장한 시계는 늘 차고 다니는 '롤렉스'를 포함해 딱 7개다. 집무실 뒤편 비밀금고에 회사 기밀서류와 함께 '모셔 놓고'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보곤 하는 것들이다.

    "스위스의 태그 호이어라는 스포츠용 시계에 꽤 애착이 갑니다. 6년 전 출장길에 단순한 디자인이 매력적이어서 구입한 몽블랑 시계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고요. 요즘엔 웬만한 외제차 한 대 값에 버금가는 수천만원짜리 시계도 많잖아요. 저는 기계 본연의 모습을 넘어서 마치 보석처럼 값비싼 장식이 된 시계에는 별로 정이 가지 않습니다. "

    옛날 얘기에 한창 신이 나 있을 즈음,"성격도 시계를 닮았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집에서는 심하다 싶을 만큼 태엽을 확 풀어놓습니다. 제 집사람과 아들이 저를 아주 게으른 사람 취급할 정도거든요. 하지만 회사에선 달라지지요. 조직과 시계 모두 정밀할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게 제 지론이거든요. 직원들에게 비친 제 모습은 아마 워커홀릭에 시간 관념이 철저한 사장일 것입니다. "

    요즘은 소문이 나서 덜한 편이긴 하지만 이런 김 사장의 성격을 모르고 들어온 경력 사원들 중에 혼쭐난 이들도 꽤 된다. "오전 9시에 미팅하자고 하면 대부분 9시까지만 오면 되는 줄 알더군요. 제가 지시한 것을 사전에 모두 준비한 뒤에 정각 9시에 미팅을 시작한다는 것인데도 말이죠."

    시계처럼 꼼꼼한 성격 덕분인지 김 사장은 지난달 말에 아시아 임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본사 인사 담당이 한국에 왔을 때 '당신 조직처럼 정밀하게 잘 돌아가는 지사는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러다 두 달 있다가 느닷없이 승진 소식을 전달받았습니다. "

    시계에 빗댄 조직론을 얘기하며 김 사장은 한 가지를 덧붙였다. "조직과 시계는 비슷한 점이 많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조직엔 변화가 필요해요. 시계는 늘 정확하게 시간을 알려주면 되지만 조직이 3년 후에도 그대로 있다면 사멸하고 말 거예요. 조직이 기계보다 훨씬 더 변화무쌍한 셈이지요. "

    김 사장의 시계 사랑은 단순히 기계에 대한 애착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지금도 시계에 관한 것이라면 역사,과학 등 관련 서적들을 탐독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왜 내가 시계에 열광할까 고민해 봤습니다. 재미있는 게 시계,다시 말해 시간 자체가 권력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힘에 매료됐던 것이죠.예컨대 영국이 해상 무역을 장악하며 세계를 지배할 무렵,진자 시계는 정확한 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줬어요. 시계가 팍스 브리태니카를 열게 한 최대 무기였던 셈입니다. 슈퍼 컴퓨터라는 것도 그 안에 아주 정밀한 시계가 있기 때문에 그만한 연산 능력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

    요즘 김 사장의 최대 관심과 소망은 부품을 조립해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을 직접 해보는 것이다. "은퇴 후엔 목수가 될 생각입니다. 이것 보세요. 경복궁을 건축학적으로 해석한 책인데 얼마나 정밀합니까.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딱딱한 기계를 만지는 것은 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서 나무 건축의 백미인 우리 한옥 만드는 일을 택하겠다는 것입니다. 제가 집 지어 놓으면 꼭 놀러오세요. "

    글=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北에 무인기 보냈다" 주장한 대학원생…尹 대통령실 근무

      자신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남성이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용산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16일 채널A는 북한이 공개한 한국 무인기를 자신이 보냈다고 주장하는 A씨 인터뷰를 보도...

    2. 2

      母 지인 흉기 살해한 20대…자수해놓고 범행동기 '묵묵부답'

      강원도 원주에서 모친의 지인을 살해하고 자수한 20대가 긴급 체포된 가운데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강원 원주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20대 중반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3. 3

      '아내 임신 중' 10대 교회 제자와…30대 유부남에 징역 5년 구형

      교회에서 교사와 제자 관계로 알게 된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징역 5년이 구형됐다.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아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