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으로 치러진 첫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한달여 간의 장정 끝에 공정택 현 교육감의 재선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공 교육감과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자율'과 '경쟁'중심의 수월성 교육정책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었기에 낮은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다.

실제로 투표에 참가한 125만명 가운데 공 교육감이 얻은 표는 49만9254표(40.09%)로 2위 주경복 후보가 얻은 47만7201표(38.31%)와 불과 2만2000여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수월성과 평등성을 각각 강조하는 대립항 성격의 두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엇비슷했다는 얘기다. 공 교육감은 25개 선거구 중 17개 구에서 졌다. 서초 강남 송파 3개구에서 몰표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주 후보가 당선됐을 수도 있다. 누가 다수이고 누가 소수인지,누가 주류이고 누가 비주류인지 헷갈리는 결과다.

공 교육감은 남은 임기 동안 이 같은 투표율의 의미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공 교육감이 선거운동 기간 내건 '사교육비 확 줄이겠습니다'라는 구호에 공감하지 못한 시민들이 많았다. 자율과 경쟁은 곧 사교육비 증가라는 등식이 시민들 뇌리에 뿌리깊게 남아서다. 학교에서 영어를 더 잘 가르치면 정말 학원 안 다녀도 되는 건지 모두들 궁금해 하고 있다.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납득시켜야 한다.

선거기간 내내 '전쟁'을 치렀던 전교조와의 갈등도 공 교육감이 풀어야할 몫이다. 전교조 역시 학생들의 스승이고 '교육가족'이며 공 교육감의 정책을 실천에 옮겨야 할 현장 담당자들이다. 공 교육감은 "전교조 집행부와 자주 만나 대화하고 협상하겠다"고 밝힌 당선 인터뷰를 실천해야 한다.

3년 연속 '청렴도 꼴찌'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의 부패·비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 없이 구호만 외친다고 부패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 왔다. '원칙에 따른 강력한 제재'로 방향을 틀어야 비리를 제대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공 교육감의 새 임기는 1년10개월에 불과하다. 지난 4년간 추진해 온 정책을 가다듬고 완성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일 수 있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