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9% 올랐다고 1일 발표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지만 아직 국내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데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본격적으로 가세한 탓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 돌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유가 충격 완화가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차단해 과도한 임금 상승을 막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유가가 물가불안 주범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9%는 전달(5.5%)보다 더 가파른 것으로 1998년 11월(6.8%) 이후 9년7개월 만의 최고치다.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역시 전년동월 대비 7.1% 급등하며 2001년 5월(7.1%)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11.4%)이 전달(10.4%)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며 물가 급등세를 이끌었다. 특히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등 석유류는 전년동월대비 35.5% 올랐다. 다만 전월대비 상승률을 보면 지난 5월(7.4%)과 6월(7.7%)에는 값이 성큼성큼 오르던 게 지난달에 1.7%로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7월 마지막 주 국내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가 전주대비 ℓ당 65원 하락했고 8월 중순까지 100원 정도 더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 유가 하락세가 이번 달부터 조금씩 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론 인플레 기대심리가 관건

이제 고유가에서 비롯된 대외 충격은 서서히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조만간 국내 소비자 물가가 안정세를 띨 것으로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여기저기서 '편승 인상'으로 터져 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오르면 좀처럼 잘 떨어지지 않는 개인서비스 요금이 전년동월대비 5% 상승한 것도 부담이다. 공공서비스 요금 상승률은(2.2%) 정부가 가격을 집중 관리해온 덕에 개인서비스 상승률의 절반에 그쳤지만 하반기에는 전기 가스 등 일부 에너지 요금 현실화가 예고돼 물가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추세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역시 4.6%로 전달(4.3%)보다 더 많이 치솟았다.

송 연구위원은 "'물가 상승→임금 인상→물가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걸리게 되면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물가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며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에 관심을 갖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