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문혜진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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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빗속을 뚫고 맨발로 왔다
빗물을 뚝뚝 떨구며
도마뱀의 잘린 꼬리를 감고
독을 품은 두꺼비처럼
죽은 자와 산 자의 세계를 넘어
할례 날의 소년처럼
피 흘리며
피를 삼키며(…)
우리는 빗속을 뚫고
턱이 높은 말에 나란히 걸터앉아
서울을 떠났다
빗속에서 스매싱 펌킨스를 들으며
탄력 있는 암말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어둠 속으로 말발굽 소리 또각이며
뒤돌아보지 않으며
문혜진 '여름비' 부분
도시는 화려하고 자극적이지만 싱싱한 생의 에너지가 말살된 곳이다. 인간이 너무 많아 비인간화된 곳,욕망과 불면과 피로가 출렁이는 곳이다. 이런 도시문명에 지친 사람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선택은 탈출이다. 그래서 떠난다. 여름 빗속을 뚫고 맨발로,빗물을 뚝뚝 떨구며 찾아온 야성의 사내와 함께.자동차 대신 탄력 있는 암말을 타고,날 것의 음악으로 절규하는 록밴드 스매싱 펌킨스를 들으며,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원시의 어둠을 향해 말발굽 소리 또각이며 간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에 뒤돌아보지 않는다. 실제론 떠날 수 없는 도시에서 신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꾸는 우울한 꿈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
빗물을 뚝뚝 떨구며
도마뱀의 잘린 꼬리를 감고
독을 품은 두꺼비처럼
죽은 자와 산 자의 세계를 넘어
할례 날의 소년처럼
피 흘리며
피를 삼키며(…)
우리는 빗속을 뚫고
턱이 높은 말에 나란히 걸터앉아
서울을 떠났다
빗속에서 스매싱 펌킨스를 들으며
탄력 있는 암말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어둠 속으로 말발굽 소리 또각이며
뒤돌아보지 않으며
문혜진 '여름비' 부분
도시는 화려하고 자극적이지만 싱싱한 생의 에너지가 말살된 곳이다. 인간이 너무 많아 비인간화된 곳,욕망과 불면과 피로가 출렁이는 곳이다. 이런 도시문명에 지친 사람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선택은 탈출이다. 그래서 떠난다. 여름 빗속을 뚫고 맨발로,빗물을 뚝뚝 떨구며 찾아온 야성의 사내와 함께.자동차 대신 탄력 있는 암말을 타고,날 것의 음악으로 절규하는 록밴드 스매싱 펌킨스를 들으며,목적지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원시의 어둠을 향해 말발굽 소리 또각이며 간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에 뒤돌아보지 않는다. 실제론 떠날 수 없는 도시에서 신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꾸는 우울한 꿈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