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뒷마당 스리랑카.과거 20여년간 내전으로 시달려온 스리랑카에서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인도양에서 벌이는 영향력 다툼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쟁터가 스리랑카다.

스리랑카 남부의 작은 도시 함반토타.중국이 전체 소요자금 10억달러 가운데 85%를 지원하는 항만 건설이 진행 중이다. 항공유와 LPG(액화석유가스) 저장시설,선박수리소 등이 들어설 이곳은 중국이 중동에서 들여오는 기름이나 유럽에 수출할 TV 운동화 등을 적재한 선박이 지나가는 뱃길에 있다. 지난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15년간 진행될 대형 사업이다. 중국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스리랑카 최대 원조국이 됐을 만큼 영향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북부에 화력발전소를 짓는 등 지난해에만 전년의 5배 수준인 10억달러를 스리랑카에 지원했다.


중국은 함반토타 항만 건설이 순수 상업적인 프로젝트라고 주장한다. 스리랑카도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를 반기고 있다. 함반토타 항만이 건설되면 스리랑카의 연간 화물처리 능력은 4배 수준으로 확대된다고 스리랑카 항만국의 프리야 위크라마 부국장은 말했다.

중국은 자원 수송로 확보를 위해 함반토타 외 인도양 여러 곳에서도 항만을 건설하면서 인도를 자극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과다르와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등이 그곳이다. 인도양은 중국이 소비하는 원유의 80%를 수송하는 유조선들이 거쳐갈 만큼 중국으로선 전략적 요충지다.

이에 대해 인도는 의혹의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인도의 수리 메타 해군 제독은 연초 연설에서 "중국 해군이 세계 에너지 수송로 급소를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인도의 전 정보요원인 B 라만은 "중국이 인도양에 만든 항만들을 인근 지역을 관할하는 해군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인도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스리랑카와 지난해 3760만달러의 무기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인도양 국가들과의 군사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인도가 중국을 따돌리고 미얀마의 시트웨에 있는 항만 건설 프로젝트를 따낸 것이나 군사력 확대에 나선 것도 인도양에서의 영향력이 중국에 밀리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인도가 향후 10년간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으로 이뤄진 함대를 만들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인도는 또 최근 중국과의 국경 인근에 있는 공군기지를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인도양에서 핵무기 적재가 가능한 미사일 실험도 실시했다. 이 미사일은 중국 주요 도시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인도의 군사력 확대를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인도에 군함을 판매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인도와 미국 간의 군사적 유대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인도 해군이 미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과 함께 벌인 대규모 군사훈련에 반대한다는 강한 외교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물론 중국과 인도는 표면적으로는 1962년 국경 분쟁 이후 가장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고 있다. 양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한 합동군사 훈련을 올해도 실시하기로 했다. 연간 교역액도 지난해 370억달러에서 2010년까지 600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한 상태다. 최근 중국을 방문했던 프라납 무커지 인도 외무장관은 베이징대 강연에서 "양국 간에 차이가 있지만 그것이 두 나라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양을 둘러싼 경쟁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