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내내 뉴욕증시는 신용경색 우려,기업 실적,고용,국제유가 움직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큰 폭의 급등락을 보였다. 어닝시즌이 대부분 끝난 상황에서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5일(현지 시간)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줄고 있는 반면 경기 침체의 우려가 커지는 만큼 연준이 기준 금리를 현재의 연 2.0%로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켓워치가 시장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가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때문에 관심은 연준이 금리 정책의 기조 변화를 시사하느냐에 쏠린다.

연준이 강한 톤으로 금리 인상을 시사할 경우 증시에는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시사는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투자 및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투자자들 역시 정책당국의 금리 인상을 부정적인 재료로 받아들인다. 연준이 연말까지는 섣불리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 달러 가치가 강세 기조로 돌아서 국제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7월 중순 배럴당 147달러까지 치솟은 뒤 20달러 이상 떨어진 국제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진다. 이란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중동지역의 정국 불안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수급 측면을 감안하면 하락 추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국제유가 하락은 뉴욕 증시에 명백한 호재다. 이렇게 되면 미국 주가 바닥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월가에서는 국책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구제금융조치가 발표된 7월 중순을 바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 대책이 시장 불안을 어느 정도 가라앉힌 상황에서 유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달러 가치도 예상보다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특히 감독당국이 투자은행 주식에 대한 불법적 공매도에 쐐기를 박은 뒤,금융주들이 상승세를 탈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는 분위기다. 금융주들은 강세장 마무리 단계에서 시장을 주도하곤 하지만 약세장에서 오히려 더욱 맥을 추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금융주 상승 시도는 뉴욕증시 시장 참여자들이 자신감을 찾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용경색이 근본적으로 풀리고 투자자들의 심리가 개선되기 위해선 미국 주택경기가 바닥을 찍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택 경기가 계속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는 월가 금융사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오는 7일 발표하는 잠정주택판매 지표는 이런 맥락에서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예상치를 밑돈 잠정주택판매 지표가 발표되자 투자자들은 금융주를 내다파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5일 장중 발표되는 7월 ISM(공급관리협회)서비스지수도 제조업을 제외한 전반적 경기 상황을 자세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투자 심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우 편입 종목인 프록터&갬블은 5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세제 등 다양한 가정용품을 제조하는 만큼 실물경기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