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은 지름 6㎝ 두께 3㎜에 무게가 146g에 불과하다. 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순도 92.5%의 은에 6g의 금을 도금한 것이다. 재료만 따진다면 한 개의 가격은 수십만원 정도다. 하지만 그 경제적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체육과학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금메달 1개의 경제적 가치가 56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돼 있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각각 190억원과 120억원으로 추산했다. 국가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데 따른 부가가치 유발계수,국민산업연관표에 따른 생산유발지수,투자비용 대비 원가계산 방식 등을 감안해 산정한 수치다. 물론 국민들의 자긍심 상승 같은 효과까지 보탠다면 그 가치는 훨씬 올라갈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선수 개개인에게 메달은 어떤 가치를 지닌 걸까. 우리나라의 경우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매달 연금을 지급한다. 금메달 100만원(연금점수 90점),은메달 45만원(30점),동메달 30만원(20점)이다. 연금 점수 상한선 110점을 넘으면 금메달리스트에게는 10점당 500만원씩 일시 장려금을 준다. 연금과 별도로 남자 선수는 병역 특례혜택을 받는다. 4주 군사훈련과 3년간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병역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

혜택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나라가 포상금을 지급한다. 이 포상금은 매번 상향 조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베이징올림픽의 경우 대한올림픽위원회(KO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책정한 메달리스트 포상금(금메달 4만달러,은메달 2만달러,동메달 1만2000달러)에 일정액을 보태 금메달리스트에게는 5만달러,은메달 2만5000달러,동메달 1만5000달러를 주기로 했다.

각 경기단체와 선수 소속기업들도 푸짐한 보너스를 준비했다. 대한탁구협회는 금메달을 따는 선수에게는 최소 1억원을 지급한다.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챔피언인 유승민이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하면 KOC가 주는 5만달러와 협회 포상금 1억여원,소속팀 삼성생명이 내놓을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다.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체조의 경우 대한체조협회가 금메달리스트에게 격려금 1억원을 제공한다. '비운의 스타' 양태영이 1위 시상대에 설 경우 소속사 포스코건설의 격려금 1억원을 포함해 2억5000만원을 받게 된다. 대한트라이슬론연맹은 철인 3종경기 금메달에 10억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이 같은 포상금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대가로는 미흡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이 흘린 땀과 극한의 인내를 생각해 보라.혹독한 훈련으로 끝없이 스스로를 단련했지만 '마지막 무대'의 숨막히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변할 수 있는 게 스포츠의 세계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205개국 1만500여명의 선수들이 302개의 금메달을 놓고 기량을 겨루는 거대한 축제다. 15일 동안 40억명의 시청자들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에 웃고 울고 환호할 것이다. 그들이 벌이는 '아름다운 대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준비를 하자.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