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가을 성우향 명창의 '심청가'를 통해 판소리 완창을 처음 경험했다. 판소리는 우리 전통이므로 완창을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우겨서 직원들과 남산 국립극장에 갔다. 두 시간 정도의 공연일 것으로 생각하고 갔는데,어찌된 일인지 두 시간이 다 되어도 심청이는 인당수로 향하지 않았다. 당황스러워서 확인해 보니 아직도 두 시간이 더 남았단다. 그만 나가자는 직원들을 설득해서 끝까지 앉아 있기는 했지만 판소리가 이렇게 오래 하는 줄은 몰랐다. 다행인 것은 뒷부분이 훨씬 좋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인데,중간에 나가자고 졸라대던 분위기를 생각하면 의외였다. 후반부에 고수가 바뀐 것이 원인이라고 아마추어들끼리 조심스럽게 진단을 해 보았다.

훗날 알게 된 것이지만,일고수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란 말이 있다. 고수가 첫째이고,명창이 두 번째라는 말이다. 뒤에서 조용히 받쳐주는 역할을 중시하는 조상들의 지혜가 어린 표현이다.

지난주에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중소기업 두 곳을 방문했다. 첫 번째 회사 사장님은 최근 개발에 성공한 살충제 살포기의 시범을 보여주면서 대당 2억원이던 수입가격을 5000만원대로 낮추었다고 자랑한다. 최종재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130여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받는다.

"원자재값 상승을 수요 기업이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는 것이 현실인데 사장님은 어떻게 하세요?"라고 슬쩍 물었더니 실장이 불쑥 나선다. "우리는 원자재값 상승분보다 더 많이 납품가를 올려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원자재를 빨리 확보하라고 선금을 지급합니다. 사장님은 그들이 없으면 우리 회사도 없다는 게 철학이세요. "

두 번째 회사에서는 공장 안에 걸린 '행복브랜드'란 글귀가 눈길을 끈다. 회사의 목표는 직원들의 행복이란 의미란다. 상반기에 흑자를 내 직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은 봉투를 오늘 돌렸다면서 너무나 행복하다는 것이 사장님의 말씀이다. 창업 20년인데 직원 근속연수 평균이 12년이라고 자랑을 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직원들과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나 한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첫째가 자신을 받쳐주는 납품기업이고,또 첫째가 회사를 받쳐주는 직원들이라는 사장님들을 만난 광주 방문은 즐거운 여행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