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한쪽의 통에는 여러 종류의 석탄과 철광석이 담겨 있었다. 연구소를 총괄하고 있는 박준철 현대제철 부사장은 "최근 들어 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료 배합기술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며 "품질이 낮은 원료로도 많은 쇳물을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바로 옆에 있는 '차체 분해 분석실'은 흡사 자동차들의 부검현장 같았다. 외국 차량 하나가 완전히 분해된 상태로 놓여 있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경쟁회사의 차량 강판을 모두 떼어낸 뒤 철저히 분석해 제조 기술을 역추적한다"며 "이를 통해 쌓은 노하우는 신차 개발 초기단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실험에 사용되는 차량의 가격은 3000만~5000만원 정도지만 분해 비용은 2억원을 웃돈다.
박 부사장은 "현대제철 기술연구소는 열연강판 등 기본적인 철강제품 연구로부터 출발하는 다른 철강연구소와 달리 설립 초기 단계부터 고급제품인 자동차 강판에 집중하고 있다"며 "2010년 고로가 가동된 뒤 1~2년 안에 곧바로 자동차관련 철강재를 공급할 수 있도록 연구역량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