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첫 대법관으로 양창수 서울대 법대 교수(56ㆍ연수원 6기)가 2일 제청됐다. 사법 60년 사상 학계 출신이면서 제주도 출신이 대법관으로 제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재야 법조인의 대법관 임명과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점을 감안,재야 법조인이면서 학계 출신인 양 교수를 대통령에게 제청했다"고 밝혔다. 양 후보는 대통령이 제청을 수용해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구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 임명된다. 대통령이 대법관 제청을 거부한 사례는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이번 인사는 대법관 구성원의 다양화에 중점을 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대법관 14명 중 13명이 법관,1명이 검사 출신이고 학계 출신 대법관은 단 한번도 없어 그동안 법원 안팎에서 구성원을 다양화하라는 요구가 높았다. 학계도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추구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학계의 이론적인 연구 성과가 최고법원의 판결에 반영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양 후보가 제주 출신이라는 점도 이번 인사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황식 전 대법관은 전남 장성 출신으로 이용훈 원장(전남 보성)을 제외한 13명의 대법관 중 호남 출신은 3명이고 경남ㆍ부산 5명,대구ㆍ경북 2명,대전ㆍ충청 2명,서울 1명 등이다. 제주 출신인 양 후보가 제청 과정에서 지역 형평성 시비를 벗어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양 후보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 민사지법ㆍ형사지법ㆍ부산지법 판사를 거쳐 1984년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된 뒤 1985년 서울대 법대로 자리를 옮겼다. 실무와 이론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관 경력은 5년으로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민법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양 후보는 2005년부터 세 번이나 연달아 대법관 제청 최종 후보군에 올랐지만 '조직 안정성'에 초점을 둔 인사때문에 그동안 번번이 막판에 탈락해왔다.

대표적인 저술로 9권에 달하는 '민법연구'가 있으며 '민법주해(19권)' 편찬에도 관여했고 1999년부터 법무부 '민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 겸 총괄간사로서 민법 재산편 전면 개정작업을 주도했다.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 및 한국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국가석학 15명 중 1명으로 선정됐다.

대법관 제청자문위원회는 김황식 대법관이 감사원장에 내정돼 사직함에 따라 40여명의 후보를 공개 추천받은 뒤 구욱서 서울남부지방법원장,신영철 서울중앙지방법원장,양창수 서울법대 교수,오세욱 광주지방법원장 등 4명을 지난달 31일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양 후보 가족은 부인 권유현씨(53)와 1남 1녀.아들 승우씨는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현재 사법연수원에서 교육받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