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중섭 화백의 향토색 짙은 작품들을 휴가지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도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에서 다음 달 20일까지 열리는 '해후(邂逅) 57,서귀포로 오는 이중섭 가족'전이다.

이 화백은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서귀포에 머물며 가족의 사랑과 해변에서 노는 아이들의 티없는 모습,주변의 아름다운 풍광 등을 화폭에 담아냈다. 이번 전시에는 이 화백의 예술적 토양이 된 서귀포에서 가족의 사랑과 행복을 화면에 되살려낸 대표작 '길 떠나는 가족''가족''소와 어린이' 등 모두 13점이 걸렸다.

그는 서민들의 전통적인 가족 일상에서 예술을 뽑아낸다. 색채는 어두운 편이지만 그 속에는 향토적 미감이 살아 움직인다. 이른바 '향토색의 율동'이다. 가족의 일상 이야기에 서정적인 이미지를 접목한 그림들은 단아하고 깊은 맛을 낸다.

그의 1954년 작 '길 떠나는 가족'(64.5×29.5㎝)은 부인과 두 아이를 일본에 보내고 난 뒤 가족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따뜻한 남쪽 지역으로 이사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끈끈한 가족 사랑과 행복의 은유적인 맛이 한꺼번에 느껴진다.

연대 미상의 작품 '가족'(41.6×28.9㎝) 역시 이상향을 꿈꾸는 가족의 이야기를 강렬한 붓질로 화면에 응축시킨 작품이다. 완벽한 구도와 뛰어난 색감이 가족 사랑을 더 돋보이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소와 어린이가 마치 친구처럼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유머스럽게 묘사한 작품 '소와 어린이'(29.8×64.4㎝)에서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가 풍겨난다. 전시 기간 동안 '길 떠나는 가족' '가족'의 판화 작품을 비롯 전시 도록,엽서 세트,아트상품을 살 수도 있다. (063)733-3555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