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가 고유가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미 자동차업체들은 판매 부진에 따른 손실이 커지면서 생존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7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113만6176대로 작년 같은 달보다 13.2% 줄었다. 9개월 연속 감소세로,1992년 3월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승용차 판매는 62만213대로 0.3% 증가한 반면,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 등을 포함한 경트럭 판매는 51만5963대로 25.2%나 감소해 고유가 시대에 연료비가 많이 드는 차량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GM의 판매가 23만3340대로 26.1% 감소했으며 포드가 14.7%,크라이슬러가 28.8%씩 줄어 도요타(-11.9%) 혼다(-1.6%) 닛산(8.5%) 현대(-6.5%) 등 다른 업체에 비해 '빅3'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업체별 판매량은 GM에 이어 도요타(19만7424대) 포드(16만1530대) 혼다(13만8744대) 크라이슬러(9만8109대) 닛산(9만5319대) 등의 순서였다.

'빅3'의 판매대수는 1년 전보다 15만대나 줄어 시장점유율이 42.7%로 추락했다. 반면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8사의 미국 내 판매는 48만8226대로 43.0%를 차지,미국 업체들을 제쳤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미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것은 사반세기 만에 처음이다.

GM은 2분기에 155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 주말 발표했다. 100년 전 회사가 설립된 이후 분기 손실로는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이에 앞서 포드는 지난 7월 중순 2분기에 87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자 고가 차량을 주로 생산하는 BMW 역시 2분기 세전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 급감할 정도로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이 오토론을 까다롭게 하고 있는 만큼 미국 자동차시장이 상당기간 두 자릿수 판매 감소 현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버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은 로이터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동차 산업은 내년에도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유럽 자동차 판매도 전년 동월대비 8% 감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최근 올 판매 목표를 985만대에서 950만대로 낮췄다. 프랑스 르노자동차도 2009년 순익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분기 콤팩트 크로스오버차량인 '카쉬카이'를 앞세워 6.9% 판매 신장을 기록했던 일본 닛산자동차도 올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기름이 덜 드는 소형차 비중 확대를 통해 이 같은 난국을 헤쳐갈 움직임이다. '빅3'가 소형차 중심의 라인 구조조정에 나선 데 이어 일본 메이커들도 미국 내 소형 트럭 생산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