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근로자가 빚을 얻어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인 3억9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소득이 현재의 1.5배는 돼야 대출 원리금을 갚아나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 기준으로는 연간 가구소득이 최소한 7000만원은 넘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3일 선진국에서 널리 활용하는 '주택구입능력지수(HAI)'개념을 국내에 적용,주택대출금리 연 6.7%를 기준으로 전국 도시 근로자들의 지역,주택규모,계층별 주택구입 능력을 측정한 결과가 이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서울서 4억원짜리 아파트 대출 끼고 사려면 근로자 연봉 7100만원 돼야 가능
HAI는 해당 지역에서 중간 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데 필요한 소득 수준을 현재 소득과 비교한 것으로 '대출상환가능소득/중간소득×100'으로 도출한다. HAI가 100을 넘어 수치가 높을수록 대출 상환이 어렵고,100을 밑돌수록 그렇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3월 기준 서울의 HAI는 151.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현재 소득의 151%는 돼야 대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다는 의미로 서울의 가구소득이 평균 4700만원(노동부 자료)인 점을 감안하면 가구소득이 7100만원(4700만원×1.5)은 돼야 한다고 공사 측은 설명했다.

조사 결과 지수가 100을 넘는 곳은 서울과 경기(105.1) 두 군데였으며 대구(68.0),인천(66.8),부산(56.9),대전(52.0) 등 나머지 지역은 모두 100을 밑돌았다. 전국 평균은 75.5로 나타났다.

아파트 규모별 주택구입능력지수는 전국 평균이 60㎡(18평형) 이하인 소형 아파트가 43.3, 85㎡(25.7평형) 이하는 76.6으로 나타나 현 소득으로도 구입에 별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35㎡(40평형) 이하인 중형 아파트는 148.7, 135㎡ 초과인 대형 아파트는 307.5로 각각 조사돼 대출을 이용해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연봉이 상위 20% 안에 들어야 대출을 통해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힘겨운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