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억달러 돌파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 평균 수출액이 16억달러에 이르고,연간 수출액이 4000억달러를 넘어서는 2008년의 눈으로 보면 무척이나 아득한 이야기다.

1964년 5월,정부는 그해 수출 목표를 1억달러로 잡았다. 외환보유액이 바닥난 상황에서 무엇이든 내다팔아 달러를 벌어들여야 했다. 수출할 것이라고 해봐야 철광석 중석 생사 무연탄 오징어 등이 고작이었고 변변한 공장도 없었다. 하지만 정부의 독려 속에 수출 현장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수출입국'의 시발점이다.


그해 11월30일,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던 수출증가율 40%의 기적이 마침내 현실로 나타났다. 12월2일 당시 김정렴 상공부 차관은 수출 1억달러 돌파 소식과 함께 사흘 뒤인 5일 '제1회 수출의 날' 기념식을 거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수출의 날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서울의 번화가 가운데 한 곳이던 명동 중앙우체국 앞에도 기념탑이 세워졌다.

기념탑에 적힌 '수출실적 1억불 돌파' '늘어가는 수출에 밝아오는 나라살림'이라는 표어에서 어려운 경제 상황 아래에서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보려는 노력을 살필 수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