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내놓은 '인민군 금강산지구 군부대 대변인의 특별담화'를 통해 금강산 관광지구에 체류중인 불필요한 남측 인원들을 모두 추방(追放)하고 남측 인원과 차량들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엄격히 제한ㆍ통제하겠다는 강경방침을 밝혔다. 앞으로 금강산 관광지와 군사통제구역 안에서 나타나는 사소한 적대행위에 대해서도 강한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는 협박도 곁들였다. 50대 주부 관광객을 어처구니없이 사살해놓고도 사과를 하기는커녕 비이성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북한은 이번 특별담화에서도 박왕자씨 피격 사건과 관련해 종전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별할 수 없는 이른 새벽에 수 차례의 경고도 무시한 채 빠른 속도로 도주하는 침입자를 규정대로 사살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은 정상적인 전투근무를 한 만큼 모든 책임은 남측과 박씨에게 있다는 뜻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엉터리라는 사실은 목격자들의 진술과 정부합동조사단의 모의실험 결과에서 이미 드러났다. 실험결과 등에 따르면 박씨는 사물 식별이 충분히 가능한 시간에 정지해 있거나 천천히 걷고 있는 중에, 100m 이내 거리에서 조준사격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推定)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측이 제의한 현장합동 조사 요구는 외면한 채 억지 주장만 반복하고 있으니 정말 어이가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이번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다시 한번 진상조사를 촉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박씨 피격 사건은 이념 문제를 따지기 앞서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에 관한 문제다. 따라서 확실한 경위를 파악해야 함은 물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북한은 박씨 피살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현장조사 요구를 즉각 받아들여야 한다. 금강산 출입통제라는 납득할 수 없는 조치 또한 당장 철회해야 마땅하다. 그것만이 남북 교류를 다시 활성화하면서 상생과 협력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요구를 끝내 거부해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는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북측에 있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