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를 이겨내려면 '발상'을 바꿔야 한다는 점은 확실히 배우고 갑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신성장 동력을 찾아서'를 주제로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3박4일간 제주도에서 개최한 하계포럼에 참가한 IT업체 김모 대표에게 이번 포럼을 평가해 달라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통상 휴양지 포럼에 참여한 연사들은 자기 회사를 자랑하는 데 여념이 없거나 '공자님 말씀' 같은 원론적인 얘기만 늘어 놓는다"며 "이번 포럼 연사들은 경제 상황이 안 좋아서인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전경련 하계포럼에 연사로 참여한 기업 CEO들과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고유가나 원자재값 폭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버티려 하지말고 다른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찾는 방법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충분한 준비를 한 후 M&A에 임하면 기업의 성장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M&A를 활용한 위기극복 방안을 소개했다.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대표는 "학원과 대리운전도 표준화하면 수출상품이 될 수 있다"며 서비스 산업을 활용한 신사업을 제안했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독일이 풍력과 태양광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며 "에너지가 없는 나라의 기업들도 기술만 가지면 얼마든지 기회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식경제부에 요청해 중소기업들이 애로사항을 정부에 건의할 수 있는 공간을 행사장 안에 설치한 것도 기업들에 구체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기업인들 입장에서 경제단체가 주최하는 하계포럼은 '여유가 있는 기업인들의 호사'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급급해 긴 호흡을 잊으면 앞으로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미세한 돋보기로 새로운 기회를 찾으면 세상에 할 일은 얼마든지 있다"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의 당부처럼 기업인들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더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송형석 산업부 기자 click@hankyung.com